일기
와라, 쉐키
SingerJ
2024. 3. 6. 03:36
회사에 최근 새로 온 Quality Assurance 팀장. 이름을 대체 몇 번 물어보냐.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예닐곱 번은 가비얍게 넘겼지, 아마.
두 번째 물어볼 때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고 (생소한 제3국 이름이니 그 정도야 보통이라고 생각), 세 번째 물어봤을 때는 '머리가 좀 안 좋은 편인가' -_- 싶었다. 내 이름이 한국에서나 어렵지 여기선 아닌데. 두 번 넘게 물어본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
네번째가 되니까...아니...'저 쉑히 뭐지' 생각이 드는 거다. 설사 기억이 진짜 안 나더라도 미안해서 네 번까지는 직접 못 물어보지 않나? 그때부터 관찰하기 시작했다. 세기의 돌대가리인가, 아님 말로만 듣던 microaggression인가 하고.
그런데 다섯번째인가 또 물어봤을 때, 관찰을 멈추기로 했고 그가 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 돌대가리건 인종차별주의자건 이제 상관이 없고 그냥 등신으로 보인다. -_- 그리고 설령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 사람에겐 절대 티 내지 않겠다. 만에 하나 저열한 인종차별주의자가 맞다면, 내가 기분 상해할수록 그는 씐날테니까. 그래서 그 날은 나도 상냥한 미소를 띠고, 이름은 이제 돈 내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이상, 아쉬운 건 십중팔구 그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구조상 내가 그를 필요로 하는 경우보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훨씬 많을테니까. 다음 만남이 몹시 기대되는데 2주째 못 만났다. 와라, 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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