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라면 무슨 말을 남길까
SingerJ
2025. 8. 2. 17:56
고국에 지은 별장이 완성되어 보러 간 사메가 잘 놀고 나서는 귀국 전날밤 휴대폰을 홀랑 -_- 잃어버렸단다 (어휴 대체 몇 대짼지). 새 휴대폰 좀 사다 놔 달라, 서랍에서 열차 정기권 찾아 사진 좀 찍어 보내라 등 난리법석 땜에 토요일 아침 커피 한 잔도 느긋하게 못했다, 킁.
그런데 서랍 속에서 유언장인 듯한 봉투를 발견하고 잠시 기분이 묘했다.

사실 누구나 미리 써둘 수 있는 거지만, 심각한 건강의 위협을 겪어본 만큼 더더욱 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나라면 무슨 말을 남기고 싶을지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많이 적어도 한 두 줄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가족, 친구들에게 고마웠고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그 외엔 또 무슨 말이 있을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맡길만한 거금의 유산도, 누군가에게 뒤를 부탁해야 할 존재도 없는, '잘 있거라 나는 간다' 😂 정도의 짤막한 메모 정도이지 않을까.
평소 집 청소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이라면, 집에 예고 없이 손님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청결도를 유지하고 살자는 것인데 (정말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내 남은 삶도 대략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 그 순간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게끔,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았고 주변인들에게도 못다 한 말이 없는- 그래서 허둥대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삶을 오늘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