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우리 동네 삼나무
달밤의 J
2026. 2. 23. 04:34
우리 동네 이 나무는 한눈에 보기에도 터줏대감이 틀림없다. 저렇게 작은 화단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큰 나무인데, AI 비서들의 추정에 따르면 히말라야 삼나무로 나이는 얼추 40-70년 정도 되어 보인다고 한다.

지나칠 때마다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뿌리를 뻗을 공간은 제대로 있는 걸까? 저러다 어느 날 바오밥 나무처럼 우지직하고 화단을 뚫고 나오는 건 아닐까? 폭설이 왔던 날 쌓인 눈 무게를 못 이겨 도로 쪽으로 쓰러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퇴근길에 보니 나뭇가지 몇 개가 잘려나간 대신 무사해 보였다. 내가 본 것만 해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 동네에 이사 오기 한참의 한참 전부터 이 나무는 크고 작은 위기에서 살아남아 왔을 것이다.

'이런 곳에 있을 나무가 아닌데' 라고만 생각해 오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삼나무에게 있어 이 작은 화단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들고 익숙한 터전일 수 있다.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이 나무가 살고 있던 땅일 테니까. 비좁아 보이는 화단은 나무의 윗부분에 불과할 뿐, 그 아래 보이지 않는 땅 속에는 오랜 세월 뻗어 내려간 뿌리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을지도.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라고 말할 권리가 있는 존재 또한 정작 우리 인간이 아니라 이 삼나무일 수도. 하지만 나무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더불어 살아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