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대청소인가 대쇼핑인가

달밤의 J 2026. 8. 9. 06:08

대청소한 지 분명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집 꼴은 왜 청소 구경이라곤 못 해본 폐가 같은 걸까. 애써 흐린 눈 하며 버티다, 결국 더는 못 참고 판을 벌이고 말았다.

이 무더위에 엄두가 안 나 차일피일 미루던 게으름뱅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준 건 청소업체였다. 유리창을 전부 눈부시게 닦아내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했던 사메가, 몇 번 쓱싹거리더니 "그냥 업체 부를까?" 😆라며 물꼬를 튼 것이었다.
 
코딱지만 한 집 청소에 업체를 부른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봤던 우리에게 그들은 신세계를 보여주고 떠났다. (당연하지만) 너무 깨끗하다.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빠르다. 스위스의 악명 높은 인건비를 고려하면 비용마저 예상외로 착했다. 문제라면, 너무나 투명해져버린 창문들에 대비되어 집 안의 꾀죄죄함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 이젠 정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강제 동기부여였다.

하나하나 닦고, 정리하고, 버리고... 이미 수없이 비워낸 것 같은데 매번 버릴 게 또 나오는 마법. 그리고 비우는 만큼 살 건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 대청소는 그렇게 본격 시작도 전에 슬금슬금 대쇼핑으로 변질되고 마는데...
 
일단 진공청소기: 지금 쓰는 제품은 카펫에 너무 약해 새 청소기 주문. 실물을 안 보고 주문해서 약간 걱정된다. 너무 육중하면 어쩌지. 사진상으로는 무난한 덩치인 듯한데... 과연?  

스팀청소기가 큰 것 밖에 없어서 이런 핸디형도 있어야 한다며 주문.

물걸레도 좀 가볍고 실용적인 걸로 바꿔야 한다며 그것도 주문.

하물며 자잘한 청소용품등은 말할 것도 없음. 그뿐인가, 낡은 커튼 새 걸로 다 바꾸고, 자주 쓰는 양념통들 놓는 회전 선반도 맘에 안 들던 차에 이때싶 2단짜리로 바꾸고, 이 빠진 접시들 버리고 나니 기분 전환 겸 새 접시로 채워 넣겠다며 주문.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택배들을 보며 이웃들은 날 뭘로 생각할꼬. -_-;;
 
시험공부 전에 책상 정리부터 하던 애는 자라서 뭐든 시작 전에 장비부터 풀세팅하는 어른이 되었다. 세 살 버릇 정말 어디 안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