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오늘의 둘기네 #마지막회

달밤의 J 2026. 10. 19. 22:49

알 하나가 사라진 다음날, 비둘기가 자리를 비운 틈에 둥지를 살피던 사메가 작은 알껍데기 조각을 발견했다. 흰색 깃털 속에 섞여 있어 멀찍이서 보던 내 눈에는 띄지 않았던 모양. 통째로 없어졌나 하던 수수께끼는 이로써 조금이나마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한 알을 둘기들은 여전히 성실하게 품었다. 이미 부화시기를 훌쩍 지나 가능성이 없어 보였음에도, 주말 내내 열심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재택근무하던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남아 있던 알도 감쪽같이 사라졌고 비둘기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흰둥이가 난간에 잠시 앉아 있는 걸 봤는데 그 후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화하지 못할 것을 감지한 비둘기들이 스스로 깨어 치워버렸나도 싶지만, 껍데기는 그렇다 쳐도 내용물은 어떻게 그렇게 말끔하게 없앨 수 있었던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낮이고 밤이고 꽤 오랫동안 머물렀던 자리치고는 의외로 남긴 것이 거의 없다. 잔가지들, 약간의 깃털과 배설물이 전부. 전문 청소업체를 부르려던 계획은 없던 걸로 해도 되겠다. 물청소와 가벼운 소독이면 충분할 듯하다. 비둘기 부부의 출입을 허용하느라 둥지 부근 난간에만 설치하지 못했던 버드 스파이크도 마저 설치했다.

둘기네 관찰일지가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리게 된 것은 우리 베란다를 위해서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둥지가 있던 자리가, 이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든 성을 둘러싼 가시덤불처럼 버드 스파이크가 놓여 누구도 접근하기 힘든 공간이 되었다. 비둘기는 물론 인간조차도.

TV에서 배경음으로 들려오는 작은 새소리에도 "혹시 둘기 새끼들?!" 하며 둥지를 엿보던 지난 며칠. 다음엔 다른 어딘가에서 성공적인 육아를 하길 바라며, 보기만 해도 웃음 터지던 허술한 비둘기 둥지를 잠시 추억한다. 그리고 아주 약간 허한 이 마음의 정체는 말 그대로 '빈 둥지 증후군'인 건지 조용히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