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이냐 넉넉함이냐, 제과점이 괜히 있는게 아님
다음주엔 떠나기 직전까지도 무척 바쁠 것 같아서 오늘은 꼭! 짐을 싸놔야 하는데.. 큰 가방을 택할 것이냐 작은 가방을 갖고 갈 것이냐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짐을 줄이고 가벼움을 택할건지, 가벼움 대신 넉넉함을 고를건지 매번 갈등한다.
어느걸 가져가도 짐 찾기 하나는 쉽겠다고 껄껄대고 있는 자 -_-; 조용히 하게! 나름 심각한 고민이구만. 나도 한때는 단촐한 짐을 싸고 가벼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건만.. 언제부턴가 여행중에도 집 같은 익숙함, 편안함을 위해 평소 쓰는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여행은 여행이니까 가급적 그 곳이 새롭고 낯설길 바란다. 내 집의 익숙함과 낯선 곳이 주는 신선함까지- 한마디로 다 가지겠다는 심보인거지. 언제부터 이렇게 포기할 수 없는게 많아졌을까.. 짐 싸야 하는데 잡생각만 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뜬금 없는 케잌 만들기. 사실은 사다 놓은 과일이 영 맛이 없어서 처리해 볼 의도로 시작한 거지만 발렌타인 데이라고 밥 얻어먹고 선물도 받았으니 나도 보답하는 거라고 뻥 섞인 생색부터 일단 내고 시작한다. 열심히 크림을 분포하는.. 매우 다용도로 쓰이는 (하지만 정작 밥 푸는 본연의 업무는 거의 할 일이 없는) 우리집 밥주걱.
맘 같아선 크림만 바르고 다음 층으로 얼렁 넘어가고 싶지만.. 팍팍 넣어야 맛없는 과일 쟤네가 좀 줄어들테니.
어찌 어찌 완성. 망고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태세라 다급히 사진을 찍고. 모양이 쫌 거시기 하지만.. 처음 해보는건데 좀 덕지덕지하면 어때, 그지...? 결론- 역시 이런 건 사 먹어야. 제과점이 괜히 있는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