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00미터 전
근교 농장에 산딸기 따러 간 날. 에이, 그런건 어린 애들 있는 가족이 재미 삼아 하는거지~...우리 둘이 베리를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래......라고 했다가 완전 낭만 따위는 없는 사람 취급 받고.. 늦잠 자다 농장에 (끌려)왔다.
사람을 무척 좋아하던 두 녀석. 나도 너희 종족이 너무 좋다! >_< 잘 찍도록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반려동물들 사진 찍어주며 살고 싶다.
나무 막대기가 상당히 묵직하던데 녀석들의 장난감인 듯. 던져 달라고 물고 온다.
놀자! 놀자고! 우다다 직전.
베리가 이제 끝물인데도 꽤 사람들이 있었다.
낭만 없는 사람이라 오기 귀찮았던 게 아니고 내가 이래봬도 왕년 과수원집 외손녀라우.. 과일따기 체험은 물론이고, 벌레 먹은 복숭아 먹으면 예뻐진다는 속설 몸소 시험해보기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었습니다 눼.. -ㅅ-), 위험하다고 애들은 안 시켜주는 호미질 같은 것도 어른들 눈 피해 실컷 해보지 않았겠나요. 농장 소꿉놀이 로망은 오래전에 졸업했다 그 말이죠...라고 말은 하지만 산딸기는 처음이라 그런지 쪼매 신기했다.
비록 끝물이지만 비교적 많이 남아있던 블랙베리. 까맣게 잘 익은 놈들을 고르느라 꽤 집중했다.
왜 우리애는 장난감 다 놔두고 호미질 같은 걸 그리 해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고 울엄마가 그랬었는데 나도 이 순간 비슷한 물음을 던진다. 서른 아홉쨜 우리애(......)는 산딸기 따기가 왜 그렇게 해보고 싶었을까요. 소원 풀어서 햄볶하니.
가을기운이 물씬한 가운데 뜨겁던 햇빛.
라스베리는 그야말로 남은 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다른 놈들보다 늦게 익은 덕인지 살아남은 알이 있긴 하다.
요하니스베리는 지천으로 널렸지만 아무래도 맛이 없어 그런가 아무도 따는 이가 없다.
여기저기 사과도 익어간다.
수퍼마켓에서 사 먹는 것보다 확실히 탱글하고 맛있다. 한 상자는 얼리고 다른 한 상자는 금방 다 집어 먹었다.
알차게 여물고 있던 옥수수.
한창인 호박. 이렇게 또 어느새 가을이 왔나 싶어 어쩐지 가슴이 철렁, 한다. 열심히 살자. 행복하게 살자.. 가을 너무 타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