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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소비자는 봉

by SingerJ 2021. 11. 15.

이제와서 뒷북이지만. 커피에 우유를 넣다가 문득 생각이 나길래.
이 커피믹스 논쟁이 시작되었을 무렵, 그 말다툼이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곧 어느 전문가가, 사태를 보다 못해 짠 나와서 씌원하게 해명하지 않을까?- 다툴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면서 난 뭐 어차피 커피믹스를 마시는 입장도 아니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 광고가 먹혀 들어가고 경쟁사와의 논쟁이 과열되는 걸 보면서 새삼 놀랍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거 참, 광고에서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소비자 현혹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법공부 해보고 싶게 만드는 광고가 종종 이렇게.
옛날에 탤런트 김혜자씨가 식용유 선전에서 "백*표 식용유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지 않아요" 자랑스럽게 말하던거나,
남편의 간을 생각한다면 독한 합성양약이 아닌 자연 한약으로 치료하세요, 하는 거나.
세기가 바뀌었음에도 이런 식의 광고는 아직도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카제인 나트륨은 마치 우매한 우리들이 그동안 미처 모르고 먹어온 독극물인 양 둔갑을 한다.
그 분야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광고의 우스움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만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이런 류의 광고가 허용이 되는지 개인적인 호기심에 유심히 보아 왔는데
정서의 차이인지, 스타일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제품은 이렇지 않아요'-
즉, 다른회사 제품은 '이렇(게 나쁠 수도 있)다' 라고 출발하는 광고컨셉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식용유에는 콜레스테롤이 없다, 라- 분명 거짓말은 아니나, 다른 식용유에는 그럼 들어있다는 건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내가 만일 경쟁사 입장이었을 경우 그 광고의 현혹성을 놓고 대대적인 소송을 벌였을 것 같은데
시끄러운 일이 없던 것으로 보아 그때 경쟁사는 조용하게 넘어갔던가 보다.
그런 맞대응이 오히려 자사 제품 매출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법적으로 이길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거나. 혹은 단순히 시장 1인자로서의 '대응 가치조차 없다' 는 여유였을 수도.
아무튼 그때 이후로, 법적으로 공정한 광고란 대체 어느 범주까지인지 개인적인 궁금증은 더해갔으나
게으른 탓에 진짜로 조사해 본 적은 없고 간간이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광고문구가 보일 때마다 새삼 다시 궁금해 할 뿐이다.
많고 많은 광고들 중에서 내 스스로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커피광고 웃겨- 라고 말하는 한편, 내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또다른 광고에는 단박에 현혹되어 지갑을 여는-
그런 '봉' 으로서의 소비자의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고 있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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