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63 오늘의 둘기네 #마지막회 알 하나가 사라진 다음날, 비둘기가 자리를 비운 틈에 둥지를 살피던 사메가 작은 알껍데기 조각을 발견했다. 흰색 깃털 속에 섞여 있어 멀찍이서 보던 내 눈에는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통째로 없어졌나 하던 수수께끼는 이로써 조금이나마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한 알을 둘기들은 여전히 성실하게 품었다. 이미 부화시기를 훌쩍 지나 가능성이 없어 보였음에도 주말 내내 열심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재택근무하던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남아 있던 알도 감쪽같이 사라졌고 비둘기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흰둥이가 난간에 잠시 앉아 있는 걸 봤는데 그 후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화하지 못할 것을 감지한 비둘기들이 스스로 깨어 치워버렸나도 싶지만, 껍데기는 그렇다 쳐도 .. 2026. 10. 19. 오늘의 둘기네 #05 알 발견 20일째. 품기 시작한 지 19일째 정도로 추정되므로, 만일 부화를 하긴 한다면 매우 유력한 날이다.새끼새가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둥지를 엿보다 심장이 덜컥했다. 알 하나가 사라졌다... 다른 하나는 애비새가 여전히 열심히 품고 있던데, 하나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엊저녁에만 해도 멀쩡히 있었는데.혹시나 부화해 껍데기는 부모에 의해 처리되고 (원래 즉시 처리한다고 함), 쪼꼬미 새끼는 나뭇가지에 파묻혀 안 보이는 게 아닐까??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살펴봤으나 없다. 새끼는 물론 알껍데기도 없고, 혹시나 새끼의 사체 ㅠㅠ 같은 거라도 있을까 봐 찾아봤지만 흔적도 없다. 마치 누가 통째로 쏙 빼간 듯이. 문제 있는 알이라 혹 치워버렸나 싶기도 하지만 굴려 떨어뜨리기엔 영 힘든 베란다 구.. 2026. 10. 16. 오늘의 둘기네 #04 알 발견 18일째.품기 시작한 지 17~19일쯤이면 부화한다고 하니, 우리집 둘기네도 얼추 때가 되었다. 요 며칠은 내다보기 전에 심호흡부터 한다. 흰둥이의 자세는 매일 너무나 한결같다. 지난 주말에 찍은 거였나. 오늘도 복사+붙여넣기 한 것처럼 똑같다. 가끔 알 하나가 삐져나와 있기도 하지만 뭐 어련히 알아서 잘 품겠지.인터넷에서 읽은 비둘기 산바라지 후기들의 결론은 99%가 '후회막심'으로 수렴하는 듯하다. 다들 처음엔 측은지심에 쫓아내지 못했다가, 나중엔 똥&깃털 폭탄과 알 까기 무한루프😂에 나가떨어진 것 같던데. 나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우려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미 시작된 걸.비둘기 부부가 드나드는 왼쪽 코너를 제외한 난간 전체에 버드 스파이크를 설치했는데, 그 덕에 다.. 2026. 10. 15. 오늘의 둘기네 #03 알 발견 13일째. 그동안 관찰하며 알게 된 것: 흰둥이는 야간조+장시간 근무를 담당한다. 저녁부터 밤을 거쳐 다음 날 정오 무렵까지. 회색이는 바통을 이어받아 오후 5시 30분경까지 알을 품는다. 회색이는 인기척이 나는 즉시 발사된 미사일처럼 날아갔다 돌아오곤 해서 사진엔 좀처럼 찍히지 않지만, 근무시간만큼은 잘 준수한다. 교대 장면을 직접 포착한 건 딱 한 번. 흰둥이가 날아오자 둘이 잠시 구구거리더니 약 10~15초 후 회색이가 자리를 떠났다. 상당히 규칙적이고 손발도 잘 맞아 보인다.오늘의 특이사항: 그저께까지만 해도 없던 나뭇가지 두어 개와 마른 나뭇잎들이 알 주변에 놓여 있다. 원래 우리 베란다에는 없던 것들이라 둘기들이 가져다 놓은 게 확실해 보이긴 하는데...설마 이게 업그레이드한 둥지니... 2026. 10. 10. 500년 만의 단발 단골 미용실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 단발이 상큼해요. 2026. 10. 10. 도마 깎는 노인(?) 새 도마들이 도착했다.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기어이 일어나려 할 때, 아니, 어쩌면 이미 일어났는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조마조마한 시간 속에서, 이런 소소한 위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올리브나무 제품을 만들어 파는 M씨를 알게 된 건 Etsy에서 쟁반 하나를 주문하면서부터였다. 물건이 맘에 쏙 들어 후한 평점을 남겼더니, 판매 목록에 없는 것도 얼마든지 만들어줄 수 있으니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했다. 그래서 원하는 크기와 높이의 도마를 주문했고, 그 이후부터 단골이 되었다. 흔한 게 도마인데도 내 바람에 꼭 들어맞는 물건을 찾는 건 의외로 풍요 속의 빈곤일 때가 있다. 조건에 얼추 맞는 걸 찾아내도, 원목이 올리브나무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 그런 면에서 M씨를 알게 된 건 행.. 2026. 10. 9. 이전 1 2 3 4 ··· 19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