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41 Indigo, 지금 걷는 이 길을 위하여 이젠 정말 가을인 줄 알았더니, 오늘은 가던 여름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서서히 번져가는 가을 기운은 나날이 선명해진다. 날씨보다도 더 확실한 가을의 지표는 감성지수인지도 모른다. 이맘때면 꼭 찾아 듣게 되는 Yiruma의 'Indigo'.처음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계기로, 어떤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인지가. 이루마 본인이 직접 밝힌 적이 있다. 작곡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밤의 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그 순간을 곡으로 표현한 것이 ‘Indigo’라고. 그렇게 평범한(!)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의외일 만큼, 적어도 듣는 이들에게는 수만 가지 기억과 사연,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모든 감.. 2026. 9. 16. 벌어먹는 삶과 빌어먹는 삶 사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꾸는 그 꿈. 어제는 유난히 실감 났다. 꿈속에서 나는 백수로 등장하는데, 학위를 마친 지 꽤 되었는데도 취직을 못해 노심초사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어엿한 직업인인 가운데 자립하지 못한 이는 내가 유일하다. 구직 신청을 하는 족족 나이 많고 overqualified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난 이제 취업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가' 하는 위기감이 꿈을 꾸는 내내 가슴을 조여온다. 그리고는 매번 그렇듯 잠에서 깨는 순간 안도하는 것이다. "아 맞다...나 직장 있지...있어!" 라고. 작년부터 업무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업무 관련 꿈의 빈도 또한 증가했다. 웃긴 건 백수꿈의 빈도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것이다. 필시 이건 뇌의 장난질이 아닐까. "뫄뫄야, 직장 일이 힘든 건 알겠는데.. 2026. 9. 13. 당신들의 Cool White 20대 중반의 꼬꼬마(?) 시절, 한국을 떠나 독일에 도착한 시각은 깊은 밤이었다. 배정받은 기숙사 방 문을 열고 불을 켠 순간, 노랗고 어둑한 불빛이 방 안에 가득 퍼졌다. 타국살이 첫날의 복잡한 감정과 뒤섞여서였는지, 그 가스등 같은 노란 불빛은 강렬한 첫인상으로 남았다.스위스로 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거 참 집집마다 노란 불빛 되게 좋아하네 싶었다. 가만 보니 2700켈빈(K) 짜리 전등을 기본으로 쓰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밝기(lumen) 또한 낮아서, 노란 데다 침침하기까지 하다. 무드 있는 조명 나도 좋아합니다만...집이 무슨 바(bar)도 아니고...조명이 웬만큼은 환해야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일상생활을 할 거 아이요...? 그리하여 다른 전등을 찾기 시작했고, 내가 원하는 조명은.. 2026. 9. 12. 다시 읽는 글, 처음 읽는 기록 옛날 교과서에 나오던 수필들이 문득 그리워져서 주문한 책. 전자책이 없어 종이책을 구입했는데, 토요일에 주문한 책이 월요일 퇴근 전에 이미 와 있는 게 아닌가! 😱 무, 무섭다, 한국 배송 속도... 옆동네인 줄.중고생의 맘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그와는 대조적으로, 아마존에서 주문해놓고 잊어버릴 만하니 이제서야 도착한 또다른 책- . 몇 달 전 폴란드에 갔을 때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저자인 판키에비치는 크라쿠프의 ‘독수리 약국'을 운영하던 폴란드인 약사였다. 나치가 크라쿠프 게토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몰아넣었을 때 그의 약국이 게토 안에 속하게 되었는데, 그는 약국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았다.독수리 약국은 단순한 약국을 넘어, 유대인들에게 외부 소식.. 2026. 9. 10. 돌아온 8분에 대하여 출퇴근길에 타는 트램 노선이 도로 공사 때문에 두 달간 우회 운행을 했다. 평소보다 8분이 더 걸리는지라, 연결 버스를 제때 갈아타려면 나도 8분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던 두 달이 어느새 지나 트램은 정상 운행으로 돌아왔다. 이제 아침에 8분 여유가 더 생겼는데 어째서 시큰둥하기만 한 걸까. 빼앗긴 8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던 그 사람이 맞는가. "아침 시간 8분이면 얼마나 큰 차이인데! 거의 10분인데!" 라며 억울해했던 일이 있었나 싶게, 그 귀중하고(!) 크나큰(!) 8분이 돌아왔는데도 기뻐하거나 고마운 줄을 모른다.확대해석하고 싶지는 않지만, 8분에 대한 나의 이 자세는 비단 그 몇 분에 그치지 않고 내 삶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2026. 9. 9. 핀터레스트는 가라, 현실적 커피 바 집 한구석에 아늑한 coffee bar를 갖는 것은 오랜 바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실현을 위한 노력은 전무하였는데, 그건 아마도 수많은 랜선 집구경 후 배신감만 느끼다 🤣 포기해버려서인지도 모른다. '작은 공간에 꾸민 커피 바' 같은 제목에 끌려 클릭해 보면, 아니 이게 어디가 작다는 거여? 싶은 넉넉한 공간에 카페를 아예 하나 차리는(!) 경우를 좀 많이 봤어야지 말이다. 위쪽 선반 두세 칸은 기본에, 아래쪽엔 커피용품 전용서랍에, 덩굴식물 장식 놓을 자리까지 꼭 있고 말이지. 그럴 공간도 능력도 없어 포기하고 살았는데, 이제 내가 한번 보여주겠소. 예쁜 소품으로 꾸며진 핀터레스트 스타일은 가라. 없는 공간 쪼개 어찌어찌 커피 바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고군분투한 짠내 나는 현실적 커피 바를. 딱 요.. 2026. 9. 8. 이전 1 2 3 4 ··· 19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