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67 가을을 보내며, 사과장미 부쩍 추워졌다. 아침 일찍 얼큰 소고기뭇국과 파&감자 수프를 한 냄비씩 끓여 놓고는 수퍼에 갔더니 온갖 품종의 사과가 쏟아져 나와 있더라. 이제 막 제철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이 코앞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에 사과장미라도 좀 구웠다.구워 놓으면 어차피 색이 안 보여서 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빨갛고 예쁜 놈으로 골라서페이스트리 반죽에 돌돌 말아 굽굽 (후추처럼 보이는 건 황설탕).'핑크 레이디'라는 품종을 썼는데, 이 사과는 그냥 먹을 때보다 구우면 더 향긋한 것 같다.가장자리가 발그스름하게 남아 있으면 예쁘련만 안 태워 먹는 적이 한 번도 없음.심수봉이 부릅니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태워 먹은) 꽃은 피고 ♫ 2026. 11. 1. Gary Bunt의 그림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국 화가 게리 번트(Gary Bunt)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오늘처럼 주말 아침 같은 풍경. 'Scrambled Eggs'.이것도 오늘 날씨 같다. 'Seasons change'.소박한 전원생활을 주로 그렸는데, 그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는 할아버지 '버트(Bert)'와 반려견이 자주 등장한다.동화 속 삽화처럼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고 서정적이다.함께 시골길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농장일을 하고…평범한 순간들의 행복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빨랫줄에 널린 장난감을 바라보는 개가 너무 귀여움. ㅎㅎ지난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았다.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왠지 눈물 날 것 같은 그림 'Where Next We Shall Go.. 2026. 10. 24. 우리의 열 번째 가을날에 카메라가 팔려서 새 주인에게 부치고 오는 길이다.성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 카메라가 이미 내 곁에 와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새 카메라가 대신할 수 없는 둘만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10년 동안 많은 곳을 함께 여행했고, 수많은 일상의 순간을 함께했다. 따스하게 담아준 모든 추억에 깊이 감사하며, 우리의 열 번째 가을 어느 날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잘 가, 오랜 친구. 2026. 10. 22. 로또 안 되는 사람의 꿈 어젯밤 꿈에 언니가 시계 하나를 가지라며 건네줬다. 모양으로 봐선 까르띠에 팬더 같았는데, 실물보다 훨씬 누런 순금빛에, 세월의 흔적도 제법 묻어 있는 시계였다.“나 시계 안 차잖아~” 하며 미련 없이 사양했는데 (하...왜 그랬어 왜!!) 깨고 나니 후회된다. 아니, 그냥 받아두면 좋았잖아...받았으면 로또라도 사봤을 텐데. 로또 안 되는 사람은 꿈부터 다르구만. 😑 2026. 10. 21. 오늘의 둘기네 #마지막회 알 하나가 사라진 다음날, 비둘기가 자리를 비운 틈에 둥지를 살피던 사메가 작은 알껍데기 조각을 발견했다. 흰색 깃털 속에 섞여 있어 멀찍이서 보던 내 눈에는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통째로 없어졌나 하던 수수께끼는 이로써 조금이나마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한 알을 둘기들은 여전히 성실하게 품었다. 이미 부화시기를 훌쩍 지나 가능성이 없어 보였음에도 주말 내내 열심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재택근무하던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남아 있던 알도 감쪽같이 사라졌고 비둘기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흰둥이가 난간에 잠시 앉아 있는 걸 봤는데 그 후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화하지 못할 것을 감지한 비둘기들이 스스로 깨어 치워버렸나도 싶지만, 껍데기는 그렇다 쳐도 .. 2026. 10. 19. 오늘의 둘기네 #05 알 발견 20일째. 품기 시작한 지 19일째 정도로 추정되므로, 만일 부화를 하긴 한다면 매우 유력한 날이다.새끼새가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둥지를 엿보다 심장이 덜컥했다. 알 하나가 사라졌다... 다른 하나는 애비새가 여전히 열심히 품고 있던데, 하나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엊저녁에만 해도 멀쩡히 있었는데.혹시나 부화해 껍데기는 부모에 의해 처리되고 (원래 즉시 처리한다고 함), 쪼꼬미 새끼는 나뭇가지에 파묻혀 안 보이는 게 아닐까??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살펴봤으나 없다. 새끼는 물론 알껍데기도 없고, 혹시나 새끼의 사체 ㅠㅠ 같은 거라도 있을까 봐 찾아봤지만 흔적도 없다. 마치 누가 통째로 쏙 빼간 듯이. 문제 있는 알이라 혹 치워버렸나 싶기도 하지만 굴려 떨어뜨리기엔 영 힘든 베란다 구.. 2026. 10. 16. 이전 1 2 3 4 ··· 19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