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방을 사놓고 갈등하고 있는 주말이다. 진지함으로만 따지자면 햄릿의 대명제 못지않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에서 살짝(?) 변형된- 사느냐, 반품하느냐 🤔 그것이 문제일 뿐.
미니 집시에르(Jypsière) 블루 진 색상. 만일 나의 이 favorite 색상이 팔라듐(은장) 하드웨어로, 그리고 캔버스 소재 아닌 가죽끈으로 나와준다면 구매할 용의가 있다 라고 생각해 왔는데 마침 그것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게다가, 빛의 속도로 팔려버리곤 하는 에르메스의 다른 가방들에 비하면 인기가 적은 모델인지라 무려 몇 시간 동안이나 판매 중이었던 것이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냉장고 청소를 마칠 때까지도. 아 이러면 맘이 흔들리잖아...아무도 안 사요...? 그럼 내가 가져도 될까요?
배송 온 가방을 앞에 두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완벽하게 내 취향인 색상 하며, 보드라운 가죽, 흰색 스티치와의 조화를 보라지... 청바지 차림에도 가볍게 들 수 있는 안성맞춤 귀요미가 아닌가. 그치만 이 가격이 과연 맞아?! 에르메스야 말을 좀 혀 봐... -_-

정말로 갖고 싶은 물건이라면 '나 미쳤나 봐' 싶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이어야 하지 않나. 몇 년 전 갖고 싶었던 목걸이를 샀을 때의 만족감을 다시 떠올려 본다. 이보다 훨씬 큰 비용을 지불하고도 난 그저 바보같이 기뻤지. 어리석은 호갱 그 자체였을지라도 적어도 그 순간엔 비용이 아깝지 않은 최상의 만족감이었다. 이 물건은 과연 그러한가? 예정대로 사자니 2% 부족한, 그렇다고 반품하기엔 너무 마음에 드는- 하필 그 반반의 마음 경계선에 딱 걸려버린 경우. 호불호가 확실한 내 쇼핑역사에서 이렇게 갈등하게 만드는 물건은 네가 처음이야 블루진..

한쪽 귓가에선 소비요정이 부추기고 반대편 귓가에서는 이성이 말린다. 그러게 블루진, 왜 너는 하필 에르메스인 거지. 왜 너는 예쁜거지. 왜 너는 그렇게나 비싼 거지. 나 원래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소비자란 말이야...명품에 놀아나는 사람 아니란 말이야. -,.-

그때 남편이 툭 한마디 던졌다. "그거 맘에 들어!" 🤣
해맑은 ㅋㅋ 반응에 웃음 팍 터지고 말았다. 한 술 더 떠, 내 가방들 중에서 유일하게 예쁜 것 같다고. -_-;; 저거야말로 선입견 1도 없는 순수(...) 그 자체의 평가인지도. 이성을 배제하고 순수한 미감적 평가를 요할 때 쓴다는 그 'uninformed observer test'. 블루진아, 너 그 테스트 합격인가부다. 😂

하지만 재벌이 아닌 이상 어떻게 가격과 이성을 배제하냐고요. 🤔 아직 29일의 생각할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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