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들으며 잠드는 밤- 한국을 떠나오면서 잃은 것 중 하나로, 예상치 못했던 상실감이 커서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당연한 듯 곁에 있어서 별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그래서 그걸 잃게 될 거라는 사실도 미처 생각지 못했기에.

그때도 이미 인터넷 시대였으니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시 듣기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나 버퍼링에서 오는 짜증스러움과, 다시 듣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2% 부족함이 아쉬움만 더 크게 증폭시키며, 결국 라디오를 들으며 잠드는 밤은 내 삶에서 그렇게 멀어져 갔다. 독일 라디오 방송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이질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언어의 차이를 떠나 그것은 소울(soul)의 근본적 차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첫 10초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수만이 진행하던 '팝스 투나잇' 은 매끄럽고 듣기 편했다. 그리고 내 취향의 곡들이 많이 나왔다. 만일 그 프로가 지금도 있었더라면 나의 월요병은 한결 가벼울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사연과 음악을 들으며 스르르 잠에 빠지던 마지막 밤이 언제였더라. 아마도 2001년 3월 초의 어느 날. 무슨 프로그램의 어떤 곡이었는지, DJ는 누구였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그것들이 문득 너무도 궁금해지는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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