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 배운 것들이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쓸모가 있을 것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직장생활 3-4년 차 때까지만 해도, '거 봐, 그런 건 굳이 안 배워도 되는 거였음!' 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햇수를 거듭할수록 필요한 게 많아지더니, 지금은 약대 커리큘럼 중 필요 없는 과목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날마다 절감한다. 머릿속에서 미라가 되어있던 교과서들이 어느 날 붕대 풀고 벌떡 일어나 호출하는 기분. 아마 일하는 곳이 development 부서가 아니었다면 실제로도 그다지 필요 없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 '30%의 필수템+70% 끼워 팔기'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치부했던 과목들이 모두 나름의 쓸모가 있다는 걸 당시엔 몰라봐서 미안타.

특히 화학. 이 화학 저 화학- 이게 현실 직장에서 정말 다 필요가 있다고? 라고 의심했던- 그것들이 매일매일의 일상업무 속에 쏴라있다는 게 놀랍다.
물리화학: dissolution, BE 평가, pKa, logP, 용해도, 용매 극성 제제 설계
일반화학/유기화학: 작용기(amine, amide, ester, ether, acid 등) 반응성 안정성, nitrosamine, hydrolysis, oxidation
입체화학: chirality, enantiomer, racemate chiral switch, EU NfG on stereochemistry
분석화학: UV, HPLC, LC–MS, IR 기본 원리 specification justification, impurity profiling
기타- 독성학, 미생물. 그리고 필요하지만 지식이 너무 없어 힘든 통계.
시험에 나왔던 것들이 밥 벌어먹고 사는 현실에도 정말 쓰인다는 게 왜 이렇게 놀랍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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