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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nburgh (2): 등잔 밑이 어둡다 영국에는 다섯 번째, 그 중 세 번의 방문이 에든버러였음에도 불구하고 구경을 위한 구경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학시절의 첫 방문은 이젠 기억조차 희미해졌고, 그 이후엔 매번 학회나 세미나 참석으로 시간이 다 가버리곤 했다. 불과 두 시간 비행거리인데도 등잔 밑이 어두웠다. 이미 가보았던 곳이라고,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또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이제서야 찬찬히 둘러보는 에든버러는 좀 새삼스럽기도 하고 실제로 많이 달라진 면도 있는 듯 보였다.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활기차다. 한창인 계절 덕도 있겠다. 이 고풍스런 건축물들 없이는 이 특유의 분위기가 절대 나오지 않을테니 잘 보존하길 바랍니다.거리 어디에나 울려 퍼지는 백파이프 연주. 담담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2025. 6. 4.
Edinburgh (1): 금강산도 차(tea)후경 가자마자 차부터 마신 건 아니지만서도 ^^ afternoon tea 이야기로 에든버러 여행 얘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발모랄(Balmoral) 호텔 내의 bar 'Palm court'. 나무에 가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2층 테라스에서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맨 위부터 짭짤한 스낵, 샌드위치, 그리고 스콘. 디저트도 추가로 나오기 때문에 양이 만만치 않았다. 간식이라기보담 식사 수준.흐름을 한 번도 끊지 않고 촤악 잘 따른다 (물개박수). Afternoon tea로 상도 받은 곳이라고. 사진이나 동영상 찍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러라고 했는데 넋 놓고 보고만 있다 겨우 한 장 찍음. 두 가지 세트메뉴 중 classic을 골랐다. 다른 하나는 샴페인을 곁들이는 메뉴였다.디저트 크기가 큼직큼직했는데 1.. 2025. 6. 4.
진인사대천명 이번 재외국민 투표율이 역대 최고라는 기사를 보았다. 일단 나부터도 3분짜리 투표를 위해 반차를 내고 다녀왔고, 그보다 훨씬 먼 길을 마다 않은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아직 국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아니게 해주세요. 🙏 2025. 5. 27.
별 게 다 궁금 몸체는 까맣고 귤색 부리를 가진 이 새의 이름은 '흑새 (common blackbird)' 란다. 거의 매일, 가장 흔하게 보는 새 중 하나인데도 이름은 이제서야 처음 알았네. 노래솜씨가 기똥찬데, 또랑또랑하고도 다채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눈을 감고 들으면 도심 속 아파트가 아니라 마치 어느 산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동시에 우렁차기도 해서 주말에도 도저히 늦잠 잘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얼마 전부터는 우리집 부엌 베란다에 종종 와 앉아 있다. 주방 창 밖에 커다란 나무들이 있어 원래는 주로 그 위에서 지내는 녀석들인데 요즘은 곧잘 뽀르르 가까이까지 날아온다. 사진이라도 한장 찍을라치면 잽싸게 날아가버리지만, 숨 죽여 가만가만 다가가 훔쳐보면, 친구들 쪽을 향해 뭘 그리 바쁘.. 2025. 5. 26.
5월 두번째 연휴 4-5월은 연휴가 연거푸 있어 고마운 달이다. 짧으나마 바람 쐬러 갈 수 있어 살만한 시기. 아스코나(Ascona)와 로카르노(Locarno). 이탈리아와 가까운 지역이라 스위스지만 이탈리아 분위기가 더 짙게 풍긴다. 바다 아닌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지중해 바이브마저 살짝 느껴지는 곳.여러 번 왔던 곳인데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런지 새로웠다. 마지막으로 왔던 게 글쎄 11년 전이더라. 나이 먹는 거 한번 겁나게 빨라..개들이 많아 5초에 한 마리씩 보는 것 같다. 개 반 사람 반.묵었던 호텔에도 한 녀석 있었다. 이름 '멜로디'. ^^자꾸만 바다에 왔다고 착각하게 되던 곳. 이 지역엔 이탈리아 사람들이 실제로 많은지라 파스타나 티라미수도 정통 이탈리아식이 많다. 로카르노 (Locarno)까지는.. 2025. 5. 6.
그 시간이 지나고 삶에서 가장 중한 건 무엇인가? (답: 건강) 이라는- 알고 있다고 여겼던, 하지만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점을 뼛속까지 깨달은 지난 몇 달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바로 우리집에 일어났을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쉽지 않던 시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를 붙잡고 의지했던 하루하루. 지금도 다 지나간 건 결코 아니지만, 악몽이 일단락되었고 잔잔한 일상이 다시금 허락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다행이다. 빙빙 도는 머릿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중캠핑, 산속 오두막 짓기, 나무 베어 탁자 만들기 같은 영상들을 넋 놓고 보던 그 어둠의 시간이 흘러가고 다시 태평하게 생일축하 같은 걸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그 말 밖에는. 이건 아마도 지금껏 .. 2025.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