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보기1058

당신의 왼팔을 응원해 봄햇살이 부서지는 아침. 불안하다...예년 같으면 이렇게 얼른 물러갈 겨울이 아닌데. 여름이 한 해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끔찍한) 시대가 정말 오고 마는 걸까! 베란다에서 봄볕을 만끽하며 왼손으로 글씨 쓰기 연습 중.절단 어쩌고 하던 무시무시한 고비를 넘기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그러나 앞으로 2년 정도는 불편할- 오른팔 대신, 왼팔/왼손을 열심히 단련하고 있다. 주삿바늘을 꽂았던 멍자국이 가라앉기도 전부터.시선강탈. ㅋㅋ당분간 두 배로 힘내야 할 너의 왼팔을 응원해. 2025. 3. 9.
사먹으면 되는 것들 사먹는 게 남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걸 굳이 집에서 굽는, 그런 날도 있는 것이고.반죽기 꺼낸 김에 크래커도 구웠다.하여간 쉽다는 것 치고 진짜 쉬운 걸 못봤다. 전 어려운디요...얇게 미는 것도 힘들고 그래선지 물결모양 가장자리도 선명하게 안 나오고. 그냥 야채크래커 사먹으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러고 있능가. 뭐 이런 날도 있는 것이죠잉... 2025. 3. 2.
빨래 바구니가 비어있는 순간 행복이 별 건가. 자려고 누웠을 때 맘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그게 행복이라잖은가? 그런데 그거 굉장히 별 거 맞다. 얼마나 쉽지 않은 건데...그리고 몹시 잠시 동안만 지속되는. 빨래 바구니가 텅 비어있는 그 찰나처럼. 사메의 수술이 잘 끝났다. 그러나 수술 전의 상황은 많이 나빴다. 문제의 오른팔을 절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었다. 손상된 신경을 암과 함께 제거하고 나면, 신경이식을 하더라도 기능마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그럴 바엔 절단이 차라리 낫다는 소견. 희망을 걸었던 방사선 치료도 효과가 거의 없어 비관적이었고,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그래도 남아있던 희망은, 수술 당일 막상 열어보면 다를 수 있다는 것. 천만다행으로 그게 현실이 되었다. 손.. 2025. 2. 21.
레몬레몬해 묵은 레몬들로 달다구리를 좀 만들었다. 먼저 레몬커드 쿠키.13kg을 뺀 작은 보상으로 오늘은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이런 거 쓰지 않는다...설탕 팍팍 플렉스!!쿠키도우를 설탕에 굴린 뒤 레몬커드 한 숟갈씩 얹어 굽굽.구워지면서 부풀어 오르기 땜에 시작은 미약해도 창대한 쿠키가 되는데처음 해봤을때는 감이 없어서 손바닥보다 더 컸다.다음은 레몬바 (Lemon bars). 너무 납작하게 만들면 비주얼이 아쉬우므로 좀 도톰하게 만드는 걸 권장.투머치 설탕과 밀가루. 😆 2025. 2. 9.
컴퓨터 안경 아직 젊다고 우기고 있고 실제 생각도 그러하지만, 그래도 안경 하나로 불편 없이 보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다 (한숨). 야외에서는 지금 쓰는 다초점 안경으로 문제가 없으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일하기엔 갈수록 불편해지는 중이었다. 하여 일명 office 안경, 또는 컴퓨터 안경이라 불리는 걸 새로 했는데...와와...이렇게 편하게 잘 보일 수가. 진작 할걸. 이것 또한 다초점 렌즈인데 중/근거리용으로 최적화된 거라 실내에서 눈이 한결 편하다. 회사용 하나, 집에서 쓸 거 하나, 그리고 시력검사 새로 한 김에 야외용 안경도 새로 하나. 아이고 돈도 매니 들어. 심봉사 공양미 300석 바친 셈 친다. 쩝. 2025. 2. 8.
새로 생긴 습관 매일 저녁 짧은 기도를 한다.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던 그 날부터. 목욕재계 한 셈 치려고 샤워 직후에 하곤 하는데, 격식 같은 건 없고 그냥 넙죽 엎드려 소원을 비는 정도다. 내가 만일 신이라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바라는 것만 줄줄 늘어놓는 인간보다는, 불행 중 작은 다행에도 감사 먼저 할 줄 아는 인간을 굽어 살필 것 같아서, 나도 고마운 점부터 얘기하곤 한다. 발견 당시 전이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 사이에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 주요장기보다는 그나마 덜 치명적인 부위라는 점 (대신 희귀암이라는 엄청난 단점이),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마친 것 (효과는 미지수이나). 괄호 안에 적힌 온갖 불안과 의심이 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우려하며 이번엔 바라는 점들을 얘기한다. 성공적인 수술이 되기를.. 2025.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