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067 빨래 바구니가 비어있는 순간 행복이 별 건가. 자려고 누웠을 때 맘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그게 행복이라잖은가? 그런데 그거 굉장히 별 거 맞다. 얼마나 쉽지 않은 건데...그리고 몹시 잠시 동안만 지속되는. 빨래 바구니가 텅 비어있는 그 찰나처럼. 사메의 수술이 잘 끝났다. 그러나 수술 전의 상황은 많이 나빴다. 문제의 오른팔을 절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었다. 손상된 신경을 암과 함께 제거하고 나면, 신경이식을 하더라도 기능마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그럴 바엔 절단이 차라리 낫다는 소견. 희망을 걸었던 방사선 치료도 효과가 거의 없어 비관적이었고,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그래도 남아있던 희망은, 수술 당일 막상 열어보면 다를 수 있다는 것. 천만다행으로 그게 현실이 되었다. 손.. 2025. 2. 21. 레몬레몬해 묵은 레몬들로 달다구리를 좀 만들었다. 먼저 레몬커드 쿠키.13kg을 뺀 작은 보상으로 오늘은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이런 거 쓰지 않는다...설탕 팍팍 플렉스!!쿠키도우를 설탕에 굴린 뒤 레몬커드 한 숟갈씩 얹어 굽굽.구워지면서 부풀어 오르기 땜에 시작은 미약해도 창대한 쿠키가 되는데처음 해봤을때는 감이 없어서 손바닥보다 더 컸다.다음은 레몬바 (Lemon bars). 너무 납작하게 만들면 비주얼이 아쉬우므로 좀 도톰하게 만드는 걸 권장.투머치 설탕과 밀가루. 😆 2025. 2. 9. 컴퓨터 안경 아직 젊다고 우기고 있고 실제 생각도 그러하지만, 그래도 안경 하나로 불편 없이 보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다 (한숨). 야외에서는 지금 쓰는 다초점 안경으로 문제가 없으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일하기엔 갈수록 불편해지는 중이었다. 하여 일명 office 안경, 또는 컴퓨터 안경이라 불리는 걸 새로 했는데...와와...이렇게 편하게 잘 보일 수가. 진작 할걸. 이것 또한 다초점 렌즈인데 중/근거리용으로 최적화된 거라 실내에서 눈이 한결 편하다. 회사용 하나, 집에서 쓸 거 하나, 그리고 시력검사 새로 한 김에 야외용 안경도 새로 하나. 아이고 돈도 매니 들어. 심봉사 공양미 300석 바친 셈 친다. 쩝. 2025. 2. 8. 새로 생긴 습관 매일 저녁 짧은 기도를 한다.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던 그 날부터. 목욕재계 한 셈 치려고 샤워 직후에 하곤 하는데, 격식 같은 건 없고 그냥 넙죽 엎드려 소원을 비는 정도다. 내가 만일 신이라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바라는 것만 줄줄 늘어놓는 인간보다는, 불행 중 작은 다행에도 감사 먼저 할 줄 아는 인간을 굽어 살필 것 같아서, 나도 고마운 점부터 얘기하곤 한다. 발견 당시 전이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 사이에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 주요장기보다는 그나마 덜 치명적인 부위라는 점 (대신 희귀암이라는 엄청난 단점이),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마친 것 (효과는 미지수이나). 괄호 안에 적힌 온갖 불안과 의심이 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우려하며 이번엔 바라는 점들을 얘기한다. 성공적인 수술이 되기를.. 2025. 2. 3. 그거 해서 얼마 버니 오늘 나를 웃긴 사기 e메일 한 통: 자칭 베테랑 변호사 겸 세무사라고 밝힘. 미국에서 초 부유층 고객들을 상대한다고 함. 얼마 전 고객 한 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물려줄 가족도 유언장도 없이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 함.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나! 마침 고인의 성씨가 내 성과 같다고 함 (이거 참 운명의 데스티니군요... -_-) 상속 받을 수 있게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마련해 줄 테니 내 이름을 쓰는 것만 허락해 주면 된다고 함. 대신, 상속 받은 돈의 30%을 대가로 달라고. 에혀 인간아...이런 짓 해서 얼마 버니..회사 동료들이랑 돌려보며 웃다가, 한국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다 만 '시민 덕희' 생각이 퍼뜩 났다. 보이스 피싱 일당을 중국까지 가서 드디어 잡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착.. 2025. 1. 17. 여름을 기다리며 어느덧 새해가 왔고 1월도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 그동안 사메의 스물다섯 번 방사선 치료도 끝이 났다. 이제는 피폭으로 너덜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며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 나였다면 숙연(...)하게 숨 죽이며 보낼 듯한 이 기간을 그는 새로운 관심거리에 빠져 지내고 있다. 그것은 집 짓기로, 고국 해변마을 (north coast 부근)의 집을 사들여 헐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직접 가지는 못하니 시누를 파견 보내 점검하고 원격 인테리어 회의를 하는 등 나름 바쁘다. 기분 가라앉아 근심만 하는 환자보다야 백 번 낫다만, 나로선 '굳이 지금?' 싶기도 한 것.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아?" 라고 묻는 나에게 돌아온 답은, '지금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라고. 그 해변에 소박한 별장 한 채 갖고.. 2025. 1. 11. 이전 1 2 3 4 5 6 7 ··· 1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