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틈 날 때마다 바오밥 나무를 뽑아줘야 했다지.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 그의 소행성에 구멍을 내버릴까 봐.
마다가스카르 무룬다바(Morondava)의 바오밥 나무길에 서자, 어린왕자의 그 걱정은 단박에 이해되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렇게나 거대하고 육중한 나무들이라니. 작디작은 소행성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협적 존재일 테니 말이다.
바오밥 아이스크림 맛 없어도 먹어보려 했건만, 맛보다는 위생상태가 더 큰 도전으로 보였음. 😱
해질 무렵의 바오밥 나무길은 듣던대로 북적거렸다. 이 두 사람은 한국인 부부였는데 다음날 아침 일출 구경때도 만났다.
일출은 한결 한적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해가 질 때와 떠오를 때의 분위기는 이 얼마나 다른가. 매번 새삼스럽게 신기한 점이다.
그 한국인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 "어제 일출은 이뻤잖아 근데 지금은 시꺼멓잖아." 😂 내가 본 일출은 안 예쁜 편인가 보네. 흥. ㅎㅎ
은하수 아래의 바오밥 나무도 보고 싶어서 별관찰에 유리한 날짜에 맞춰 계획했지만, 원하는 날짜의 국내선 항공편이 일찌감치 동나버리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게서야 갈 수 있었다. 쏟아지는 별 대신, 달빛이 휘영청한 시기였다.
비록 원래 보려 했던 풍경과는 다를지라도, '이 또한 나름 괜찮지 아니한가' 생각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은, 늑대인간이 변신하고 마녀의 마법이 강해지는 밤. 뭔가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밤. 어쩌면 오늘 밤 여우원숭이들이 이곳에 모여 "아이 라잌 투 무빗 무빗 (I like to move it move it)" 을 떼창 하는 파티가 있을지도.
이런 압도적인 피사체를 마주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비탓병. 이 날도 역시나 갖고 간 렌즈가 영 아쉬웠다. 지금 이 순간 제일 필요한 렌즈는 늘 뭐다...? 집에 두고 온 그 렌즈.
그러나 '최고의 카메라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것' 이란 말도 있듯이, 있는 거나 잘 쓰는 게 답일 지어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느낌을, 생생한 추억으로 담을 수 있길 소망하며 셔터를 눌렀다.
눈이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어떤 숨은 디테일까지 사진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라도 남아주기를. 그래서 어느 훗날 문득 보물처럼 발견할 수 있기를. 타임캡슐 땅에 묻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을 담으려 애쓴 날이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dagascar 3] 원숭이 아닌데요 (0) | 2025.08.22 |
---|---|
[Madagascar 2] 모기장 밖은 위험해 (0) | 2025.08.22 |
Edinburgh (4): 해리포터가 없던 시절의 여행자 (0) | 2025.06.05 |
Edinburgh (3): Highland 투어 外 (0) | 2025.06.05 |
Edinburgh (1): 금강산도 차(tea)후경 (0) | 2025.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