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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Madagascar 2] 모기장 밖은 위험해

by SingerJ 2025. 8. 22.

극기훈련 같았던 무룬다바/키린디를 떠나, 이제 해변에서 늘어져 쉴 수 있겠다고 도착한 생트 마리 (Sainte-Marie). 아, 그런데...사진에서 보던 럭셔리 방갈로는 어디에...?! 친절하고 러블리하긴 하였으나 럭셔리는 도저히 아니었으니...우리가 예약한 방이 맞나 확인하는 중.

체념하고 짐을 푸는데, 창문에 커튼 삼아 드리워진 나무 잎사귀 사이로 카멜레온 한마리가 대가리부터 쑤욱 들어오더니 유유히 방 벽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 그래...쟤 입장에선 우리가 침입자일 테니까. 

그뿐인가. 뭐가 척- 하고 눈앞 거울에 날아와 앉는데...모서리 부분이라 공간도 좁았건만 저 미친 안정감의 착지. 자석인 줄.. 투실투실하고 반지르르 윤기마저 도는 그것은...날으는 바선생. 아아앜...도마뱀은 괜찮아요 카멜레온도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바선생만은...! 나 집에 가고 싶다...!!  

손에 잡히는대로 모기 기피제라도 미친 듯 뿌려대는 날 보고 가소롭다는 듯 날개를 한번 푸르륵하던 바선생은 "훗, 오늘은 이만 가주지." 라는 듯 홀연히 사라졌다. 침대를 둘러싼 모기장에 구멍이라도 있을까 꽁꽁 여미고 또 여미며 뜬 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한 생트 마리의 첫날.
 
무시무시한 밤이 지나고 나니, 그 곳은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이튿날부터는 요령도 좀 생겨서, 불은 최소로만 켜고 커튼도 미리미리 잘 닫아두고 하니 불청객들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인 조용한 마을이었다.

오리한테 장난 치다 혼쭐 나는 꼬맹이들. ㅎㅎ

해변을 산책하는 중에 마을 아이들이 "마담! 마담!" 하고 애타게 부르는 거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사진 좀 찍어달라고. 주지도 못할 사진 찍어서 뭐 하나 싶다가, 아이들이 하도 원하니 그러마 했는데, 찍어준다는 말에 우르르 몰려오는 바람에 초점도 어긋나고. 

찍으면서 미소 짓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모델들 허락을 받았는지 어쩐지도 모르겠는 사진 찍어 올리는 거 평소엔 안 하는 짓이지만 이 사진은 아이들 표정을 빼고서는 얘기할 수 없기에.   

전해줄 방법이 있다면 주고 싶다. 어린시절의 한 조각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평화롭고 한적했던 바닷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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