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산이 많은 고지대 (highland)는 에든버러보다 날씨가 더 거지 ㅋ 같다는 얘길 익히 들었다 (자기들끼리는 자조적으로 'glorious' scottish weather 라고 하던데). 그래도 한결 살만하다는 계절에 간 덕인지, 변덕이 심하긴 해도 거지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풍광 자체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가본 곳 중에서는 아이슬란드와 많이 비슷했는데,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쪽이 훨씬 단조롭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었던 건 아마도 가이드의 훌륭한 선곡 덕분이 아닐까. 출발할때부터 펑키한 백파이프 반주의 노래로 범상치 않았던 이 날의 선곡은 하이랜드에서 더욱 빛을 발하였는데, 영화 007 'skyfall' 을 촬영했다는 골짜기를 지나갈 때 흘러나온 아델의 목소리는 풍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어딘가 텅 빈 느낌을 주는 들판과 골짜기는 백파이프 소리와도 어울릴 듯 했다. 안소니가 말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을 때 다시는 백파이프를 불지 않겠다 다짐했던 아치. 스테아마저 비행기 추락사로 떠나버리자 홀로 남은 아치가 눈물을 떨구며 연주하던 장면이 기억나는 풍경이었다.
물이 엄청나게 차가웠는데 하이랜드의 개는 역시 강인하다, 마!
뭐니뭐니 해도 이 소가 구여웠다. 이 지역 날씨에 적응된 긴 털을 갖고 있어 'hairy coo' 라고 불린다고 한다.
먹이 줘도 된다고 해서 사메도 다가가 보았지만...제발 내 감자를 먹어달라며 애원하는 그를 외면한 소씨는 그 옆 아저씨가 내미는 당근 쪽으로 냉큼 가버렸다는. 😂
스코틀랜드 전통음식 중 하나인 Cullen Skink (훈연생선과 채소를 넣어 끓인 크림수프). 뜨끈 고소하니 맛있었다.
그리고 네스호 보트투어. 네스호의 괴물은 정말로 존재할까? 에 대해 진행된 여러 연구자료를 보여주는데, 와 정말 있나봐...! 라는 생각이 들게끔 혹 하는 면이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 거라는 예상을 깨고 굉장히 잔잔했다. 이 깊은 물 속에 네가 정말로 살고 있다면 아무쪼록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
위스키 아이스크림이 썩 괜찮다며 추천하길래 먹어보았다. 살짝 향이 나는 정도였다.
다른 날 저녁 에딘버러 칼튼 힐 (Calton Hill)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저녁이면 많이들 찾는 모양이었다.
스코틀랜드 국립 갤러리도 기대 이상이었다. 분류가 잘 되어있고 규모가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아 둘러보기 좋았다.
'Girl with dead canary' (자세히 보면 슬퍼하는 소녀 앞에 죽은 새가 있음).
쥐도 잘 잡는 이 용감한 개는 사실 낙하산 ^^ 전시라고 한다. 미술관 건립을 위해 거금의 재산을 기부한 사람이 조건을 하나 걸었는데, 자신의 애견 'callum' 의 그림을 영구전시 해달라는 거였다고. 그리하여 오늘날 쟁쟁한 화가들의 작품들 속에 당당히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 날 했던 던전투어. 조악한 '유령의 집' 영국버전이 아닐까 했던 편견을 깨고 의외로 재미있었다.
지하 세트장이 훌륭했고, 중세시대 건물이 주는 본연의 리얼리티까지 더해져 8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배우들이 연기로 설명해주는 스코틀랜드의 '어두운' 면이랄까- 고문, 마녀사냥, 죄수 처형 등.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거나, 벽에 걸린 그림이 기울어지고,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피가 튀는 효과 (실제로는 물), 자이로드롭까지 있어 스릴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마다 출발하는 시커먼 버스 저건 뭔고
Ghost tour란다. 이것도 한번 해볼 걸 그랬나 싶고.
국립박물관도 볼 게 많았다. 패션, 통신, 교통, 세계 문화 등 다분야에 걸쳐 소장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무력 전쟁은 물론 냉전시대의 역사적인 소장품들도 있어 한 번씩 숙연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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