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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안경 아직 젊다고 우기고 있고 실제 생각도 그러하지만, 그래도 안경 하나로 불편 없이 보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다 (한숨). 야외에서는 지금 쓰는 다초점 안경으로 문제가 없으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일하기엔 갈수록 불편해지는 중이었다. 하여 일명 office 안경, 또는 컴퓨터 안경이라 불리는 걸 새로 했는데...와와...이렇게 편하게 잘 보일 수가. 진작 할걸. 이것 또한 다초점 렌즈인데 중/근거리용으로 최적화된 거라 실내에서 눈이 한결 편하다. 회사용 하나, 집에서 쓸 거 하나, 그리고 시력검사 새로 한 김에 야외용 안경도 새로 하나. 아이고 돈도 매니 들어. 심봉사 공양미 300석 바친 셈 친다. 쩝. 2025. 2. 8.
새로 생긴 습관 매일 저녁 짧은 기도를 한다.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던 그 날부터. 목욕재계 한 셈 치려고 샤워 직후에 하곤 하는데, 격식 같은 건 없고 그냥 넙죽 엎드려 소원을 비는 정도다. 내가 만일 신이라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바라는 것만 줄줄 늘어놓는 인간보다는, 불행 중 작은 다행에도 감사 먼저 할 줄 아는 인간을 굽어 살필 것 같아서, 나도 고마운 점부터 얘기하곤 한다. 발견 당시 전이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 사이에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 주요장기보다는 그나마 덜 치명적인 부위라는 점 (대신 희귀암이라는 엄청난 단점이),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마친 것 (효과는 미지수이나). 괄호 안에 적힌 온갖 불안과 의심이 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우려하며 이번엔 바라는 점들을 얘기한다. 성공적인 수술이 되기를.. 2025. 2. 3.
그거 해서 얼마 버니 오늘 나를 웃긴 사기 e메일 한 통: 자칭 베테랑 변호사 겸 세무사라고 밝힘. 미국에서 초 부유층 고객들을 상대한다고 함. 얼마 전 고객 한 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물려줄 가족도 유언장도 없이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 함.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나! 마침 고인의 성씨가 내 성과 같다고 함 (이거 참 운명의 데스티니군요... -_-) 상속 받을 수 있게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마련해 줄 테니 내 이름을 쓰는 것만 허락해 주면 된다고 함. 대신, 상속 받은 돈의 30%을 대가로 달라고. 에혀 인간아...이런 짓 해서 얼마 버니..회사 동료들이랑 돌려보며 웃다가, 한국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다 만 '시민 덕희' 생각이 퍼뜩 났다. 보이스 피싱 일당을 중국까지 가서 드디어 잡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착.. 2025. 1. 17.
여름을 기다리며 어느덧 새해가 왔고 1월도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 그동안 사메의 스물다섯 번 방사선 치료도 끝이 났다. 이제는 피폭으로 너덜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며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 나였다면 숙연(...)하게 숨 죽이며 보낼 듯한 이 기간을 그는 새로운 관심거리에 빠져 지내고 있다. 그것은 집 짓기로, 고국 해변마을 (north coast 부근)의 집을 사들여 헐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직접 가지는 못하니 시누를 파견 보내 점검하고 원격 인테리어 회의를 하는 등 나름 바쁘다. 기분 가라앉아 근심만 하는 환자보다야 백 번 낫다만, 나로선 '굳이 지금?' 싶기도 한 것.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아?" 라고 묻는 나에게 돌아온 답은, '지금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라고. 그 해변에 소박한 별장 한 채 갖고.. 2025. 1. 11.
나름 괜찮지 아니한가 12월 31일 밤의 불꽃놀이를 증맬루 싫어한다. 펑펑거리는 소음도 싫거니와, 놀라 월월거리는 동네 개들도 딱하다. 뭣보다도 그 소리는 월요일 증후군을 있는대로 자극한다. 아니, 월요일 정도면 양반이게! 그보다 두 세 배는 심한 '새해 증후군' 을 도지게 한다. 일 년 중 가장 고대하던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버렸음을 알리는 소리요, 기상 알람 울리기 1분 전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그런데 그 불꽃놀이 이제 안 한단다. 적어도 우리 읍내에서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 공식적인 불꽃놀이가 없어진 게 영 아쉬운 모양인지 개인이 벌이는 펑~ 펑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긴 한다만 이 정도야 뭐 애교로 봐주고 말고. 그다지 새해 같지 않게 시작하는 새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아니한가. 조용하고 시시하게 시작해, 예상 .. 2025. 1. 1.
산골마을의 크리스마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 있었을 크리스마스인디. 인생이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재미난(...) 것. Grächen (그레헨)이라고, 체르마트 근처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성탄절을 보냈다. 휴가에 여행도 못 가고 만날 집에서 밥 하는 내가 불쌍했던지 (아님 자기가 눈치 보였나 ㅋㅋ) 사메가 즉흥적으로 추진한 바람쐬기였다. 사메는 요즘 방사선 치료중인데 거의 매일 병원에 가야 해서 2박 넘게는 집을 떠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이 마실도 단 2박이었다. 발코니에서 마테호른이 보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구경거리는 없는 곳.눈 밟으며 산책이나 하고곤돌라로 좀 더 높이 올라가면 스키 눈썰매 등을 할 수 있다. 사메가 눈썰매 두 번 탈 동안 나는 타는 시늉만 좀 하다가 ㅎ 카푸치노 한 잔 마시며 멍 때.. 202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