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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마뱀이 아니니까 더운 나라에서 도마뱀과 마주쳤을 때 말이다- 처음엔 기겁을 해서는, 방 안까지 들어오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다 낯이 좀 익으면(...) '혹시 방 안까지 들어왔더라도 눈에 띄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그러다 더 나중에는, '방 안까지 들어올 수도, 어쩌다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제발 자는 동안 내 얼굴 위로 뚝 떨어지지만 말아주라' 라고 기도하곤 했다. 다행히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요즘 심경의 흐름이 그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처음 진단이 나왔을 때는 한치의 심적 용납도 안 되다가 ('암 따위가 내 가족의, 내 삶에 들어올 순 없다' 라는), 그나마 눈에 띄는 전이는 없다니 잠시 안도했다가 (그래, 이미 생긴 걸 어쩌겠나. 다만 수술 때까지 죽은 듯이 있어라), 이번에 잘 낫더라도.. 2024. 11. 20.
의젓하개 2024. 11. 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전 外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1. 9.
달갑지 않은 낯선 경험 아무리 암이 흔해진 세상이라고는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거나, 또는 내 배우자에게 그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건 낯선 경험일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아주 달갑지 않은. 오늘 남편과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사메가 암 진단을 받았다. 지방 육종 (Liposarcoma)이라고. 전이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 검사를 하고 아마 좀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모르고 흘려보낸 그 동안의 시간, 그리고 오진이었던 첫번째 진단으로 인해 낭비했던 시간들이 통탄스러워지는 일이 없기를- 그러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좀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사메를 새삼 다시 봤다. 어쩌면 당신은 이리도 침착한가. '저런 다혈질을 보았나' 라고.. 2024. 11. 6.
행복한 꼬랑지 가끔 마주치는 그 개는 반려인간과 함께 강변 산책로를 지나가곤 한다. 야트막한 담장을 따라 걷는데, 담 너머로 보이는 건 녀석의 꼬리 윗부분 뿐이다.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다만 보이는 것은, 씐난다 재미난다 씰룩씰룩대는 꼬랑지.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걸 말하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본 것 같다. 즐겁구나. 신났구나. 지금 행복하구나.넌 개코를 가졌으니 어쩌면 맡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날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미소의 냄새를, 그리고 본 적도 없으면서 예뻐하는 길 건너편 아줌마의 이 찐한 팬심의 향기를. 2024. 11. 3.
모두 알고 있다 여유로워 보이는 오후였지만 사실 모두의 마음은 바빴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가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회색빛 11월이 오기 전에 누려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테니까.달리는 내내 가을이 함께 하였다.살도 이제 고만 좀 가라! 현재 -7kg. 고지를 코 앞에 두고 지루한 정체기. 202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