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을 뒤적이고 있는데, 동양 여학생 하나가 쭈빗쭈빗 말을 걸어왔다.
"Entschuldigung, kommen Sie aus Korea?" (실례합니다. 한국분이신가요?)
오랜만이었다. 초보 특유의 그 신선한 aura와 상기된 표정.
(독일 와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 이 몸이라니 반가울 법도.)
곧이어 물 만난 듯 질문이 쏟아졌고, 아는대로 답해주었다.
전화신청은, 인터넷은, 외국인청은, 전입신고는...
후훗, 모든 질문이 똑같지 뭔가. 몇 년 전 나 또한 궁금해 하던 것들.
"정말 고맙습니다 언니!"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는 공중전화로 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야? 여긴 벌써 어두워! 아직 방에 전화가 없어서 답답해..."
웃음이 났다.
촌스런 신입생들이 상큼한 이유를,
떡 돌리는 새댁이 이뻐 보이는 이유를,
어르신들이 어린아이를 보석 보듯 하는 이유를,
문득 알 것 같았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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