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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각자의 길

by SingerJ 2021. 11. 1.

저녁 무렵,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울리케를 만났다.
1년 만의 조우에 감격해버린 그녀와 난, 2층 아이스크림 가게로 올라가
두 컵 씩을 가뿐히 해치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술시험 족보 이야기 (요즘 나의 관심사 -.-a), 그녀의 새 직장,
끝으로 다른 동료들의 근황을 얘기하다, 그녀가 말했다- 다들 각자의 길을 무탈히 가고 있구나, 라고.
뱃속에서 이미 녹아 없어졌을 아이스크림이 문득 차갑게 나대는 기분이었다.

함께 걷는 이들이 적어졌음을 처음 느낀 게 언제였더라.
국민학교땐 화장실도 같이 갔지.
고교시절엔 대학이라는 대마왕에 맞서 한마음으로 싸웠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 그때 처음으로 뭔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더랬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었다. 각자의 길을 간다는 건.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혼자서 걷고 있었다.
한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그 사실을 울리케의 한 마디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혼자라는 착각을 참으로 쉽게 하는군, 하고.
지금 순간에도 똑같은 생각의 이들이 부지기수일 것이요,
완전히 혼자처럼 보이는 외진 숲길에서도
눈을 들면 한 줌 햇빛과 수많은 개미행렬이 옆을 함께 하고 있을 터인데.
하물며 친구를, 반려자를 만들어 곁에 두면서도
사람들은 '외롭다, 외롭다' 며 바글바글 살아간다.

내 길을 내가 걷는다는 이 아주 당연한 사실이 가끔은 두려운.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 하신다면.. 또한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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