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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쩌라고

by SingerJ 2021. 11. 1.

가끔은 정말이지 집에 전화하기 싫다.
정작 우리의 이야기는 얼마 없는 대신, 별 관심 없는 친척들 및 이웃집 자제들의 동향을
낱낱이 전해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속이 없는 건지, '그저 웃지요' 주의인 건지, 내게 시샘이 그다지 없다는 거.
누가 잘 나간다 소릴 들어도, 갑자기 나 스스로가 초라해진다거나
그가 나보다 정말 대단하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류의 자랑질 듣기는 매우 공허하다.

       **네 치과 무지 잘 된다더라. (사촌언니 부부 치과)
       **이 발령 났다더라. (판사)
       **이 요번에 시험 합격해서 xx 회계법인에서 어서옵쇼 했다더라.
       **이 신랑 (본인은 자랑할 게 워낙 없었나. -.-) 어쨌다더라 등등.

누가누가 공부 잘 하나 비교하는 나이를 지나니
이젠 누가누가 취직 잘 했나, 시집 장가 잘 갔나로 이슈가 옮겨간 듯. -_-
공부 잘 하는 거에서 좀 꿀리던 집은 이쁜 걸 집중 포커스로 삼더니
이젠 그 신랑이나 아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가를 자랑하는 모양.

예전엔 당최 이해가 안 갔다.
저런 자랑을 하는 친척들이나, 그 얘길 전하는 엄마나.
배울 만큼 배웠다는 분들이 왜 저런 짓들 -_- 을 하는 걸까.
울엄마는 내가 그들보다 못났으니 보고 본받으라는 뜻으로 말하는 건지??
공부라면 엄마 딸도 잘 했잖아? 나도 한때는 '신의 딸' 이었다규. -,.-
(신께서 딸이 너무 많으셨는지 알아서 하라고 버려둬서 그렇지. ㅠ,.ㅠ)
생긴 것도 추하진 않잖아? 키도 난장이 똥자루 아니잖아?
성격이 드럽...긴 하지만 -_-;; 파탄은 아니잖아?
아니면 내 직업이 부끄러우신 걸까?
다들 고만고만 하구만 대체 왜들 그리 비교하고 자랑들인지.

지금도 그 심리를 이해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견딜 수는 있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경청은 짜증스러웠다. 나름 골치 아픈 시점이라 날카로웠던 탓일까.
그들의 근황을 시시콜콜 전해 들으며, 한 마디가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쩌라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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