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에 넣을 약간의 무우가 필요했을 뿐인데,
오늘따라 대인국에 간 걸리버 마냥 거대한 무우들만 좌롸락 눈앞에 펼쳐지니 대략 난감.
하는 수 없이 한놈을 사와서 국을 끓인 후
남은 무우로 그리 절실하지도 않은 깍두기까정 담갔다.
역시. 남는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이지..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 가장 필요한 때에 있어주면 좋은데
남게 되면 모자란 것 만큼이나 성가셔지는 경우가 많으니.
생각이 남아 잡념, 느긋함이 남아 태만, 사랑이 남아 번민이 되나니...
그것들은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커져버려
나중엔 이미 버리기에도 힘겨울 만큼 비대해진 후.
어찌 처리해야 하는감, 깍두기로 담글 수도 없는 그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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