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느 날 일기에, '오늘은 기분이 없다' 라고 썼다가 엄마가 대박 한심해 했던 일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기분이 없냐. 그리고 '오늘은' 쓰는 거 아니랬지!" -_-a
그러나 커서 보니 역시 내 말이 맞았었단 말이지.. 기분 없는 날 분명히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한없이 무미건조하고 꽉 막힌 듯 고여 있어서 감정을 어떻게든 터뜨려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들.
그때와 똑같은 얘기를 이젠 조카의 일기에 종종 하는 엄마지만
그 아이도 언젠간 깨달을 거야, 사람 기분이 늘 메신저 표정아이콘 같진 않다는 걸.
일기 쓰기를 암만 배웠으면 뭐할꼬. 서른 셋에도 똑같은 일기를 쓰고 있다.
아아. 정말이지 요즘은 기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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