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관계에서 '계산 따위'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며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자신하는 그 사이에도
우리의 머리는 전광석화와도 같이 그 계산을 벌써 끝내고
이득 얼마에 손해 얼마, net 값까지 말끔하게 산출해낸 뒤
저 상대에게 호감을 느껴라, 말아라- 뇌에 지령전달까지 마친 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집착하는 대상이 외모나 돈 등일 경우엔 그나마 솔직하다.
그렇다면 지적(知的) 허영심이나 도덕적 우월감 같은 건? 오히려 더 저질이지 않을까.
그런 건 힐난하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자신도 별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은 채
'돈이나 밝히는 속물들보다 나는 얼마나 성숙한 인간인가' 라고
근거 없는 교만함까지 하나 더 얹어 붙을 테니 말이다.
쩝. 사설이 길었으나... 이야기의 핵심인즉, 오늘 세바스티앙을 보고 놀랐다는 것. -.-
나에게 쥐창자를 공급해주던 상냥+ 핸섬+ 샤프한 약리학실 청년.
책 복사할 게 있어 도서관에 갔다가 오랜만에 마주친 그는
헝클어진 머리, 안 깎은 수염, 무엇보다도 시선을 확 잡은 것은
귀여움의 수준을 한참 넘어버린 그 불룩배 불룩배 불룩배 불룩배...
그 놀라운 외모의 변화는, 그에 대한 나의 인간적 호감도를 분명 하락시키고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사람됨을 '외모 따위' 보다 당연히 우선시 한다고- 그런 줄 알았던 나의 고매한 인간관 께서는
조금쯤 지저분하고 흐트러진 배바스티앙;;의 모습 앞에서 단박에 흔들리는,
그런 것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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