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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봄날은 가버렸다 생각한 순간

by SingerJ 2024. 4. 28.

한동안 도로 겨울이 된 것 같던 날씨가 오늘 급 화창해졌다.

이것은 상서로운 기운이 아닐지. 😁 박혁거세 알에서 나오던 날 같은 거랄까. "그 알을 깨뜨리자 아이가 나오매 동천샘에 목욕시키니 온몸에서 빛살을 뿜는 것이었다..."

전혁거세(...)의 소박한 생일소망은 밥 안 하기. 동네 작은 이탈리아 식당에서 외식했다.

구운 채소와 훈제연어 샐러드. 같이 나온 와사비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이건 치즈라면 환장하는 남편 거. 문어 부라타 샐러드.

메인도 이렇게 소박할 수가 (새우 리조토). 이런 날엔 칼질해야 하는 건데 쌀이나 퍼묵퍼묵. 역시 탄수화물의 여왕.

남편은 트러플 라비올리와 다른 것도 먹었는데 사진을 까묵하고 안 찍음.

후식 티라미수.

난 단지 벌룬소매를 좋아할 뿐인데 왜 때문에 몸뚱이가 벌룬스러운 것인가...

멀리서 찍으라고 했자나...! 😭 개미눈꼽만하게! 날씬하게!!

오랜만의 화창한 날씨에 라인강 크루즈 위 사람들도 부어라 마셔라 즐거워 보였다. 

요새 기분이 괜히 꿀꿀했다.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이 생일도 달갑지 않았고.

나대로 살고 싶다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린 시절 그것은 꿈이었는데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이 드니 그것은 절망이로구나

꿈과 상처 / 김승희

지금의 삶에 딱히 불만은 없음에도, 나의 풋풋한 봄은, 찬란한 여름은, 이제 가버렸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갠 하늘을 본 순간 그 꿀꿀함은 어쩌면 날씨 탓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늘의 교훈' 스러운 이런 식상한 말은 안 하고 싶었지만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가버렸다 생각했던 봄날이 이렇게 돌아올 수도, 아니 아직 오지도 않았을지도, 어쩌면 몇 번이나 오고 또 올 수도.

"이모는 뭐 된 거야?" 라고 조카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지만, 만일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모는 아직도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있어.

(조카야 이쯤 되면 인간적으로 함 물어봐주라 이모가 멋있는 대답 한번 하고 싶다잖니)
 
이쯤에서 보는 조카의 선물 (백화점 루피샵에서 뽑기 했다고 ^^).

그리고 이건 남편의 선물 (사실 '이것과 저것을 사 와' 라고 지령을 내림).

갖고 싶은 게 진짜 이 끈 쪼가리(!)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워하던. 그래, 마따...트윌리라 하는 이 끈쪼가리. 내 돈 주고 사긴 느무 아깝. ㅡ,.ㅡ

어떤가 보려고 흰 셔츠에 대강 대본다. 이렇게 타이처럼 하고 다니진 않고 최대한 승무원(??)인척 또는 어린 완댜처럼 휘날리고 다녀야지.

아아 하지만 너무 짧은 끈쪼가리여...조카여 이모는 모가지가 굵어 슬픈 짐승이 되었노라. ㅠ 중딩때 피구하는 나를 보고 우리 반 친구가 '뫄뫄야 목이 너무 가녀려 부러질 것 같아' 라고 했었는데. 아아 원스 어폰 어 타임 이젠 설화가 되어버린 이야기.

회색 트윌리는 실패인 것 같다. 순전히 강아지들이 귀여워서 혹한 듯. 

이런 컬러풀한 계단은 언제부터 동네에 있었는지. 처음 본다.

신발 시크하게 소화하던 녀석. 척-척- 군화 소리 내며 걷는 게 아니겠나. ㅎㅎ 한두 번 신어본 익숙함이 아니던데.

푸르름과 바람내음이 함께 해준 하루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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