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추웠던 오늘, 멘델스존 기념관 앞에서 어느 한국인 모자(母子)를 보았다.
드래곤 입김을 뿜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엄마, 그리고
지루함에 몸을 뒤틀면서도 제법 의젓하게 견디고 있는 (음악 꿈나무인 듯한) 꼬마.
곁을 스치며 언뜻 들은 엄마의 가르침인즉슨,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뭐 그런...꼬맹이에겐 조금 어려울 법도 한 이야기.
중1 영어 참고서 <토막상식>중에 이런 게 있었다:
'welcome 은 의외로 스펠을 틀리기 쉬운 단어이니 주의하세요' 라고.
왜 틀릴까 의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머지 않아 수긍하게 됐더랬다.
참고서가 경고한대로, 'wellcome' 이라고 쓰는 애들이 점점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아는 게 많아질수록 틀릴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Wellcome처럼.
그렇듯 시니컬한 생각을 그들 옆에서 하고 있자니 적잖이 미안했다.
지루함을 용케 참는 꼬마도 장하거니와, 엄마라는 존재가 새삼 진심으로 위대해 보였기에.
저 설명의 90%는 삽질이 될 것임을, 과연 몰라서 이 추운 날 저러고 있겠는가.
기껏 가르쳐놔 봤자 고학년이 되면 오히려 헛갈리는
세상은 사실 그 welcome 같은 것들 투성이라는 걸 그 엄마도 실은 다 알고 있을 터인데.
그런 미안함도 잠시, 모자의 옆을 휘릭 지나친 나는
진라면 매운맛을 몇 개나 살까 고심하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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