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기본 0인 상태로 30대를 보내버렸고, 40대가 되어서야 눈동냥 (나의 스승 youtube)으로 깔짝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단촐한 가정이라 그럭저럭 해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손님이 와도 허둥대지 않고 한상 척 차려내는 순발력 같은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지금도 여전히 요리는 너무 싫어. 그런데 가끔은 의문을 품게 된다. 정말로 그렇게 싫은 게 맞는지.
오늘처럼 나도 모르게 색색의 식재료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껍질 벗긴 토마토의 연약함이 안쓰럽고
그저 놓여있을 뿐인데 마음을 빼앗겨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그을림 후에 아삭함은 잃어버렸지만
그 대신 뿜어져 나오는 달큰함
재수 없는 직장동료 따위는 까맣게 잊게 만드는 시간.
트랜스포머처럼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완성되어 나올 때의 작은 감동.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 많은 순간에 요리가 있다면
과연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좋아해,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 그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하지만 내 손으로 하는 건 노노노노노 🤣
좋아해, 그리고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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