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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토랑

좋아해 그리고 싫어해

by SingerJ 2024. 9. 15.

요리의 기본 0인 상태로 30대를 보내버렸고, 40대가 되어서야 눈동냥 (나의 스승 youtube)으로 깔짝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단촐한 가정이라 그럭저럭 해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손님이 와도 허둥대지 않고 한상 척 차려내는 순발력 같은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지금도 여전히 요리는 너무 싫어. 그런데 가끔은 의문을 품게 된다. 정말로 그렇게 싫은 게 맞는지.
 
오늘처럼 나도 모르게 색색의 식재료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껍질 벗긴 토마토의 연약함이 안쓰럽고

그저 놓여있을 뿐인데 마음을 빼앗겨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그을림 후에 아삭함은 잃어버렸지만

그 대신 뿜어져 나오는 달큰함

재수 없는 직장동료 따위는 까맣게 잊게 만드는 시간.

트랜스포머처럼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완성되어 나올 때의 작은 감동.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 많은 순간에 요리가 있다면

과연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좋아해,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 그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하지만 내 손으로 하는 건 노노노노노 🤣
좋아해, 그리고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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