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엄마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대낮의 아파트촌은 의외로 인적이 드물어서, 울고 있는 꼬마를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은 듯.
"엄마가 없어졌니?"
토끼인형에다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다행이야. 외국인 이모의 말을 알아 듣는구나.
문제는, 꼬마의 발음이 내겐 너무 어려웠다는 건데
몇 번을 되풀이해 들어본 결과, 엄마 손을 놓은 곳은 요 앞 우체국인 것 같았다.
그냥 여기서 기다려 볼까, 우체국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꼬마를 데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허둥지둥, 낯빛이 흙색이 되어 우체국 쪽에서 달려오는 한 여인.
"아유 정말 고마워요! 잠깐 사이에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이는 엄마를 보자 더욱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길을 잃어본 경험이 내게도 있었지.
눈을 들어보니 문득 낯선 곳.. 엄마는 없고.
그런데 꼬마야 미안하구나. 그 기억이 이젠 너무 희미해서, 네 기분을 사실 잘 몰라.
다만 알 것 같은 건- 네 엄마 심장은 바짝 다 타버렸겠지. 정말로 많이 울었을 거야.
비록 아이의 마음은 전보다도 더 모르게 되어버렸지만
대신 그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건가.
음, 뭐 중요한 건 엄마를 찾았으니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겠지.
앞으로는 엄마 손 꼭 붙잡고 다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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