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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달갑지 않은 낯선 경험

by SingerJ 2024. 11. 6.

아무리 암이 흔해진 세상이라고는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거나, 또는 내 배우자에게 그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건 낯선 경험일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아주 달갑지 않은. 오늘 남편과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사메가 암 진단을 받았다. 지방 육종 (Liposarcoma)이라고. 전이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 검사를 하고 아마 좀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모르고 흘려보낸 그 동안의 시간, 그리고 오진이었던 첫번째 진단으로 인해 낭비했던 시간들이 통탄스러워지는 일이 없기를- 그러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좀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사메를 새삼 다시 봤다. 어쩌면 당신은 이리도 침착한가. '저런 다혈질을 보았나' 라고 싸울 때마다 했던 말 취소다. 침착하다 못해 평화롭다. 무엇보다 너무나 멀쩡하다. 암이라고 다 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이 따르는 건데 어떻게 저렇게 평소 같을 수 있나. 적어도 진단 받은 당일에는 좀 충격이 있어야 보통의 인간 아닐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회사에 가더니 이따가는 평소처럼 헬스를 하러 간다. 나도 마음을 다잡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야 하나. 일단 12월에 예정되어 있는 여행을 취소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가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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