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홈스토랑

추억의 크림빵

by SingerJ 2021. 11. 2.

어느덧 라마단도 절반을 넘어섰다. 얼씨구나 좋구나 한달간 부엌엔 얼씬도 않으리라 맹세했건만, 샐러드로 때우는 저녁이 그새 싫증난건지, 아님 또 어느새 달다구리에 홀리는 마의 기간이 돌아온건지, 요며칠 계속 '언젠간 먹고 말거야' 태세였다.

그 대상은 크림빵. 그것도 노인네처럼 추억의 크림빵. 어릴적 우리동네 '몽블랑 제과' 에서 팔던 흰크림빵/땅콩크림빵 세트가 왜 갑자기 생각난건지.

오밤중에 부랴부랴 버터크림 만들기 검색.

머랭 올리고 시럽 끓이고

시럽을 넣어주니 윤기 도는 머랭이 되었다. 밖에는 우르릉쾅쾅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진다. 번개 맞고 깨어난 프랑켄슈타인처럼 이 밤에 벌떡 일어나 전속력으로 핸드믹서를 돌리고 있는 괴이한 내 모습 대체 무엇.. -_-;;

버터를 한조각씩 넣으면서 계속 저어준다.

다 된 것 같다. 아름답구나 빠다크림이여...매끄럽고도 보드랍도다.

이제사 깨달은건데 어차피 그 크림이 그 크림이로군..?

흰크림(버터크림)에 땅콩버터만 좀 넣으면 땅콩크림이 되는거였네 (크나큰 깨우침).

왜 두 가지 빵을 세트로 팔았는지 이제 알겠다. 단 1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 같은 효과였을라나. ^^

갑자기 자기도 사진 찍어달란다. 오매불망 러시아 월드컵 생각뿐인.. 저 파라오 모자는 시누이를 통해 이집트에서 공수해온 응원룩. ㅋㅋ

비얌의 디테일도 찍어달란다 (휴 조잡하다고 말 못해..ㅋㅋ) 그나저나 걱정된다. IS가 테러하겠다는데 꼭 거길 가야겠니. ㅠㅠ

이왕이면 빵도 직접 굽고 땅콩조각도 겉에 묻혀서 보다 생생한 재현을 하면 좋았겠지만, 내 식탐이 아직 그 경지에까진 이르지 못하였나니.. 짤주머니로 예쁘게 짜넣은 크림은 노노. 무릇 크림이라면 이렇게 미어터지게 팍팍 발라 먹는거 아닌가요.

내친 김에 자매품 땅콩샌드.

그래 이 맛이야... 언제부턴가 생크림이 대세가 되었지만 나 국민학교때만 해도 빵과 케잌엔 당연히 버터크림이었던 것이다. 가끔 메뚜기튀김 ^^ 이나 옛날찐빵 따위를 추억하는 부모님의 기분을 조금 알 것 같은 밤이다.

 

'홈스토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킨 카프레제  (2) 2021.11.02
가즈파초 (Gazpacho)  (0) 2021.11.02
이 때다 싶은 다이어트  (4) 2021.11.02
아스파라거스 리조또와 연어케잌  (2) 2021.11.01
봄날의 파스타  (0) 2021.11.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