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려다 보니 일 년 휴가 중 적어도 한 번은 내 취향이 아닌 여행지로 가게 된다. 대개는 땡볕 아래에서 바닷바람 실컷 ㅊ맞는😂 그런 곳들. 물론 내 취향만 아닐 뿐, 누군가에겐 질리지도 않는,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행선지다. 바다에 죽고 못 사는 그 남자의 올해 선택은 테네리페(Tenerife)였다.

정치적으로는 스페인 영토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대륙 앞바다에 위치해 있어 비행시간도 결코 짧지 않으며(약 4시간 30분), 시차도 1시간이 난다. 섬 한가운데에는 테이데(Teide) 화산이 자리하고 있고, 이 화산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과 풍경이 테네리페의 개성을 만든다.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용나무(dragon tree)와


테네리페 도마뱀 같은 고유종도 볼 수 있다. 이 도마뱀이 나타나자 옆에 있던 독일가족의 엄마가 "맹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아들내미에게 잔뜩 겁을 주고 있었는데, AI 비서들에게 사진을 보여준 결과 독 없는 놈이라고 함.

수심 깊고 짙푸른 바다.

파도가 거세고 절벽을 낀 해변이 많아 물놀이보다는 풍경 감상용으로 더 적합해 보였다.

매일 저녁식사 후 산책 겸 해변으로 노을을 보러 갔다.


숙소는 테네리페 남부 아데헤(Adeje)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였는데, 객실 컨디션과 서비스, 음식까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나날이 불어나는 살을 걱정하는 사람치고는 매끼 너무 푸짐하게 먹던데. 그것이 지방으로 변할 즈음 후회하게 될 것이오. ㅋㅋ

돌고래들이 1년 내내 서식하는 해역이라 계절에 관계없이 돌고래 관찰 투어가 활발하게 운영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해본 보트 투어 중 가장 많은 돌고래를 본 날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원래 물놀이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상당히 지루한 나날이었으니...인도양이나 카리브해처럼 홀린 듯 뛰어들게 되는 바다가 아니라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제법 많은 전자책을 내려받아 갔건만 나흘 만에 모두 읽어버리고 새로운 책을 찾아야 했다.


마스카(Masca)계곡에 갔던 날. 테네리페 북서부에 위치한 협곡으로,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해적의 은신처로 쓰이기도 했다고.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앞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우리 차도 한 시간 넘게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 서 있어야 했다. 에어컨에도 불구하고 온도계가 쭉쭉 올라가는 걸 보면서, 설마 말라 죽는 건 아니겠지 아주 잠시지만 겁을 먹었다.

가라치코(Garachico)마을. 1706년 화산 분화로 큰 피해를 입은 해안 마을로, 지금은 용암이 만들어낸 천연 바다 수영장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여기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어 굳으면서 만들어진 바닷물 수영장. 이런 천연 해수 수영장이 테네리페 곳곳에 많다고 한다.

할 일 없는 자들의 산책은 매일같이 지겹도록 계속되고... "왜 이번 여행엔 카메라도 안 가져오고 사진에 무성의하냐" 고 귓속말중인 사람. 자, 자 돈을 내시오~ 한 장에 5프랑 정도 받으면 맘이 바뀔지 또 알겠소?

뭔가 마력을 뽐내던 냥이.

"왜 사진 안 찍니"2. 혼자만 살찐 것이 아닌 것 같으니 너무 외로워 마시오... 하지만 조만간 꼭 원상복구하리다.

리조트 근처에도 있던 천연 수영장. 그런데 주변 파도가 엄청나서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떤 용감한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반려견이 어찌나 걱정하며 짖어대던지. 그런데 구하러 뛰어들지는 않더라. 😆

이렇게 올해의 바다 숙제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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