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안 좋아하지만 오늘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건강검진을 무려 2년이나 건너뛰고 오랜만에 했더니 이것저것 늬우스가 있었다. 일단 혈압이 너무 높다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자며 24시간 혈압측정기를 몸에 둘러 -.- 주더라. 24시간이 그렇게 긴 지 처음 알았네.. 팔에는 측정기, 목에 걸쳐진 케이블, 허리엔 기록계- 삼총사를 화장실 갈 때도 잘 때도 주렁주렁 달고 다니자니 무슨 깡통로봇쯤 된 것 같았다. 샤워도 못하고 15분마다 지잉징 팔을 조여오며 혈압을 끝도 없이 재는데 너무나도 성가셔서 안 높던 혈압도 절로 치솟을 지경이었다.
우리엄마 이 얘길 듣고는 안 닮아도 되는 걸 하필 닮았냐고 한숨을 쉬신다. 유전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낸들 어쩌겠나. ㅋ
다음 뉴스는 자궁근종인데, 2년전만 해도 쪼만해서 무시해도 상관 없다던 것이 그새 무럭무럭(...) 자라 이젠 수술이 불가피하단다. 아마도 부활절 연휴 직후쯤 스케줄이 잡힐 듯. 하, 귀찮긴 하지만 수술하면 되지 뭐, 하고 넘겼는데 이번엔 피검사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전화가 왔다 (원래 아무 이상이 없으면 전화가 안 옴). 비타민 D 부족이 심하다고 6개월치 처방을 써주겠단다. 현대인 10명 중 7-9명은 비타민 D부족이라는데 그게 뭐 대순가 약 먹으면 되지 하고 또 넘기는데 소식이 하나 더 있단다. 철분결핍이 심각수준이라고 먹는 약으로는 안 되고 병원에 와서 고용량 주사로 맞으란다.
2년간 내 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_- 철분결핍 얘기에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철분 따위(!).. 그깟것 좀 부족하다고 몸이 삐걱거린단 말인가. 미량영양소가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배우긴 했어도 사실 실감해 본 적은 없는데 과연 사실이었단 말이지...?! 하는 별 바보같은 생각이 들지 뭔가. 그러고 보니 가끔 느꼈던 증상들, 좀 뜬금 없다 싶은 고혈압, 이명, 언제부턴가 살 빼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 그저 노화나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나름 이유가 있었구나 싶은게, 지금 와 생각해보니 서로 다 관계가 있었다. 허허 인체란 참으로 정교하구나 새삼 놀란다. 이렇게 건강 무지렁이같이 살다니...약사면 뭐하고 박사면 또 뭐하나..? 엿이나 바꿔 먹는게 나을려나 에혀.
볕 좋은 날이다. 베란다에서 먹을까 하고 창문을 열었다가 보기와 달리 싸늘한 공기에 즉시 후퇴. ㅎ
안 그래도 내 불량한 평일 식습관을 못마땅해 하던 사메가 설교를 한다. 채소도 싫어하고 고기도 안 먹고 밥 같은 밥은 주말에만 먹으면 어쩌냐고. 빈혈엔 간을 먹어야 즉효라면서 내일 자기가 간 요리를 하겠단다. 컥, 안돼 제발...! 자기가 먹고 싶으니까 이때싶 하는 것 좀 봐라! 마리퀴리가 빈혈로 쓰러졌을때 언니부부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였다더니 나는 간을 먹어야 하게 생겼나. 그래서 얼른 불고기로 선수를 치기로 했다. 여기는 한국처럼 얇게 기계로 썰어주는 불고깃감이 없다. 두껍거나 말거나 오늘은 그냥 참고 먹었다. 여러분 밥을 잘 챙겨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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