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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Hungary] Budapest

by SingerJ 2021. 11. 4.

2-3년 전이었던가, 배낭족 사이에서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한인 민박집 주인 남자가 묵고 있던 여학생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일이었는데,
아, 인면수심의 그놈이 글쎄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밥 많이 주고 인심 푸근한 주인으로 소문 났었다는 게 씁쓸할 뿐이다.

그 기사를 대한 순간, 10년 전 들렀던 부다페스트가 퍼뜩 떠올랐다.
민박집 주인의 저런 사악한 행태에는 그 도시 특유의 다크포스 -.- 도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
그렇다...내가 경험하기에 부다페스트는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유럽 최초의 도시였던 것이다.

저렴한 민박이 아주 많다는 가이드북의 조언을 철썩같이 믿었던 나,
기차역 락커룸에 짐을 맡기고 하루 종일 놀다가 느지막한 저녁이 되어서야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저렴한 민박은 많고도 많았다. 다만 안전하지 않았을 뿐. ㅠ,.ㅠ (가이드북 저자가 여자였다면 절대 추천 못했을 숙소들)

매캐한 담배연기 (마치 마약냄새처럼 느껴졌다), 장기체류 하고 있는 일본 남자들, 곳곳에 널려있는 콜걸 전단지...
그런 곳에서 묵다간 당장이라도 인신매매범에 끌려 가기라도 할 듯 어둠의 범죄포스가 감도는 곳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을 알아보기엔 너무 늦은 시간.
기분 나쁜 남자들 방에서 멀찍이 떨어진, 주인 할머니 옆방에서 뜬눈으로 지새며 어서 날이 밝기만을 기도했다.

비록 숙소 면에서는 불운이었지만, 다행히 도시 자체는 매력 있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야경과, 사회주의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단순시원한 구조물들, 영웅광장을 비롯한 과거 전성기 때의 화려한 유물 등.
왕궁이 있던 부다 (Buda) 지구와, 신시가인 (Pest) 지역이 옛날에는 따로 떨어져 별개의 도시로 발전했었다 한다.
지금은 그 둘이 합쳐져,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 있다.

바나나 한 다발을 사들고 로마행 열차에 오르자 이제 안전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가득 밀려왔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흔하지만 좋은 말이 있지... '다음을 기약하자.'
아쉬움을 바나나와 함께 삼키며, 부다페스트와의 훗날의 재회를 기대해 보았다.
그로부터 한참이 흘렀으니 지금쯤은 부다페스트의 숙소들도 참 좋아져 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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