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도착, 유스 호스텔 가는 택시를 탔다.
택시가 모터보트라는 사실에 몹시 흥분해 있던 나는 그러고 보니 한결 덜 춥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오... 과연 남쪽이 맞긴 맞구나 싶었다.
로마에서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친절한 느낌이었다.
길을 물어보기라도 하면, 또따거리는 이탈리아말로 너도나도 못 가르쳐줘 안달.
미로같은 골목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 같은 길치가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았던 건 모두 그들의 공이다.
볼거리들은 화려했고, 그 어떤 도시보다도 노점들이 볼 만했다.
무라노섬 방식의 유리 세공품이나, 베네치아 특유의 가면 악세사리로 가득한 매대는
그냥 지나치며 보는 것 만으로도 이국적 정취에 흠뻑 젖게 해주었다.
유스호스텔의 시설도 양호한 편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아침식사에 나오던 커피가 명물이었는데. 사발에 가득 담아주는 밀크커피가 어찌나 달콤하고 부드럽던지.
귀국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한동안 그 커피맛 재현을 위해 연금술사 마냥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
물은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깨끗해 보였다. 생활터전으로서의 물이니 수질관리에 얼마나 신경이 쓰일 지는 알 만한 일이었다.
관광객들은 곤돌라를 타며 즐거워하고, 리알토 다리 위에서 상념에 잠기기도 하면서.. 모든 순간을 물과 함께 하는 도시.
산 마르코 광장의 비둘기. 살다 살다 그렇게 많은 비둘기는 처음이었다.
후에 베네치아를 무대로 했던 토이의 '좋은 사람' 뮤직비디오를 보며
엄청난 그 비둘기떼가 금방이라도 푸드덕대며 내게로 날아올 것 같던 착각.
그리고...아 참, 이탈리아에선 거지도 배우 같다고 누가 그랬누.
역시 美의 기준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나. 그냥...그냥 거진데...? -.-;;
하지만 내게 길을 가르쳐주고, 음식을 권해주고, 웃으며 사진 찍어주던 그들은
미녀미남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정말이지 좋은 사람들이었다.
토이의 노래 속 '좋은 사람' 보다 훨씬 긍정적이고도 따뜻한 의미로 난 그들을 참, 좋은,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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