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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Spain] Toledo, Granada

by SingerJ 2021. 11. 4.

그러나, 스페인에서의 모든 일정이 전부 향긋하기만 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남동쪽 나라로 내려오니 확실히 물가가 싸졌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의 특징은 또한 싼 만큼 손가락 새로 돈이 줄줄 새는 느낌이랄까.

경비 헤픈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들쭉날쭉한 기차시간이었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에서는 서슬 퍼런 칼날과도 같이 정확했건만
스페인의 이 정신 없는 열차시간 변경은 당최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나중엔 거의 초탈의 경지에 이르러, 모든 예정표에 '아님 말고' 가 붙어 있다고 간단히 생각하면 되었다. -.-
그 열차시간 난리 부르스 때문에 가게 된, 예정에 없던 곳이 바로 톨레도였다.

원래 세비야행 기차에 올라 떠들고 있었던 우리는 출발 5분 전에 느닷 없이 '안 가니까 내리슈' 방송을 들은 거다.
에효...새삼 뭘 열 받겠냐고...그냥 아무데나 가자고오.. -_-;;
그리하여 가게 된 톨레도는, '기대 이상이었던 곳 1위' 로 당당 뽑히게 되겠다.
약간은 척박한 요새 느낌이 나면서도 아늑하고 고풍스런 도시.
성벽 위에서 바람에 머리칼 날리며 오렌지 먹던 일, 산타 크루즈 박물관에서 보았던 엘 그레코의 습작,
자고로 인생이란 꼭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의외의 기회가 이렇듯 더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라고
우리는 톨레도 어느 카페에 앉아 철학적 비약을 해댔다.

그라나다는 또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알려진대로 유럽에서의 이슬람의 마지막 본거지.
바르셀로나가 있는 까딸루냐 지역이나, 톨레도가 있는 까스띠아 라 만차,
그 두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안달루시아는 가지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열의 투우와 플라멩코로 대변될 수 있을 듯 하다.
어렸을 때 플라멩코를 다룬 만화를 보면서 엄마한테 "나 스페인 유학 갈거야." 했던 기억도 났다 (몸치 주제에 꿈도 야무졌지)

알함브라 궁전에서 볼거리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기억나는 건 통 없다.
그냥 광활한 황토빛 성 안을 마냥 걸어다녔던 기억. 그리고 운 좋게 만난 플라멩코 무용단과 사진 찍었던 기억.
정말 그 화려하고도 촌스러운 ^^ 땡땡이 무늬 옷을 입고 정열의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인상적인 것이었다.

어쨌거나, 스페인도 어느덧 아디오스다. 짧다면 짧은 열흘 남짓 동안 언니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짐은 슬펐다.
언니들은 빠리로, 나는 리스본으로...후에 우리는 몇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들 있을 지.
그 후엔 어느 여행지에서나 그 언니들을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으니, 또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그때처럼 우연히 조우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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