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역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예약하는데 창구직원이 내 말을 통 못 알아 듣는 거였다.
아, 리스본이요 리스본! 옆나란데 그것도 몰라요? -ㅁ-
종이에 써서 보여주니 그제서야 "아~ 리보아~" 하는 거다.
그렇구나.. 영어식 발음이 어디서나 통하지는 않는가 보았다.
아무래도 일정이 번거로워지기 때문인지 포르투갈까지 들어가는 배낭족은 확실히 적었다.
그래도 난 갈거야! 왜냐면 나의 그 여행에서 포르투갈은 아껴 먹으려고 고이 숨겨둔 디저트와도 같은 곳이었으므로.
리스본 시내는 정말로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기 보다는 '가라앉았다' 고 해야 할라나.
당시 가이드북에는 '우리나라 60년대의 경제수준이다' 라고 적혀 있었다.
꼭 못 사는 것이 그 가라앉은 분위기의 이유일 리는 만무하겠지만, 알다시피 왕년의 그들의 번영이란 굉장한 것이었기에
이 침체된 분위기는 감히 '몰락' 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 하지 않는가? 포르투갈의 번영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벨렘타워, 발견의 기념비 등 리스본 구석구석, 고스란히. 과연 포르투갈인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해 보였다.
보아라, 자랑스런 역사를! 이런 역사를 가진 민족에게 있어 몰락이란 일부러 하려 해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마젤란 & 바스코 다 가마의 최고 해양왕국.
지금은 유럽의 말단, 이베리아 반도의 못 사는 나라인지 모르지만
바로 그 유럽의 끝에서 대서양을 향해 열려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은 과거 신대륙을 향해 배를 띄우고, 탐험했고, 발견했다.
후지지 않을까 예측했던 유스 호스텔은 리스본 탐험에서 가장 큰 반전이었다. 오...넓고, 쾌적하고, 게다가 방을 나 혼자 차지!
저녁을 먹고서도 출출하여 숙소 근처 가게에 들렀다.
갓 구운 빵이 군침 돌길래 하나 달라고 했더니 영어를 모르시는 주인 할아버지가 "빵?" 하며 되묻는 거였다.
하하하하하... 맞다 맞아, 그러고 보니 '빵' 이 포르투갈 말이었지. Native speaker 에게서 들으니 거 참 신기하구먼.
훗날 독일에서 '아르바이트 (Arbeit)'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참참. 마시모 (Maximo) 라는 남정네 얘길 빼먹을 수 없다.
리스본 기차역에서 만난 그는, 나를 보자 접근해 왔는데 영어를 꽤 잘 하고 호감형의 순둥이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하는 말 족족 비호감이어서 매우 안타까웠으니- 예를 들면 뭐 자기는 동양여자랑 결혼하는 게 꿈이다 (정말 느끼하게),
손발을 음흉하게 쳐다보면서 '정말 작다, 한 번만 만져봐도 되냐',
스페셜 디너를 대접하고 싶은데 자기집에 가지 않겠느냐 등. -_-
결정적으로, 나의 귀중한 여행수첩에다가 'You ♥ I' 따위의 낙서를 해놓는 바람에... 결국 난 분노했다. -..-
아무튼 그 덕분에 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성벽에 올라 전경을 구경하다가 날씨가 좋았던 에두아르도 공원에서 산책을 한소끔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파두로 유명하다는 카페에 들렀다. 리스본와 잘 어울린다 싶은, 약간은 구슬픈 음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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