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많이 없어 아쉽다 (불운의 카메라 사고로 -_ㅜ).
학회는 류블리아나 (Ljubljana, 수도)에서 있었고 짬을 내어 블레드(Bled)와 보힌(Bohin) 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류블리아나- 발음하기 쉽지 않은 도시지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은 사람에겐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일 듯.
수도 치곤 규모가 몹시 작은데, 대신 '이래서 수도인가' 싶게 뭔가 꽉 들어찬 느낌이 있다.
넘치는 젊은이들, 매일 저녁 인디밴드의 공연, 몰려드는 관광객...제법 번잡한 도시였다.
별 특별한 점은 없어 보여서 그다지 애착이 가진 않았으나 좋아 보이는 노천카페가 그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라 인상적이었다.
언제 한 번 친구들이랑 같이 올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블레드(Bled)와 보힌(Bohin)은 매우 사랑 받는 관광지로, 유명한 호수가 있다. 류블리아나에서 버스로 1.5시간~ 2시간.
그러나...블레드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실망에 가까웠는데.. 자기가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랄까.
유명해질수록 인공미 & 상업성도 짙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반면, 보힌 호수의 자연미는 완벽에 가까워서 감동의 물결이.
블레드에서 불과 20분 정도 더 들어갈 뿐인데 그렇게 분위기 차이가 클 줄 몰랐다.
비단 호수근처 뿐 아니라, 차 안에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초록이었다.
울창한 숲, 유리같은 호수, 드넓은 잔디, 소, 말, 주렁주렁 사과나무, 멀리 보이는 알프스.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칠지 않아 보이는 그네들의 자연이 감탄스러웠다.
변두리 쪽으로 가면 드라큘라 백작과 길에서 맞닥뜨릴 것 같은 풍경도 있고
동유럽에서는 가장 비싸다지만 스위스에 비하면 황송하게 저렴한 물가도 고맙고.
점점 관광국으로 이름을 날리면, 그 잘 보존된 자연도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5일간 머무는 나에게는 충분히 인상적인 green 제국이었다.
그러나...애석하게도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으니...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가 툭 떨어져 돌계단에서 구르기 시작한 것.
1, 2, 3, 4...무려 5차 충격 대충격을 받고서 호수에 풍덩 빠지기 직전에 멈췄는데
허겁지겁 집어들었을 때 나의 카메라는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만신창이가 된 것은 물론, 작동 stop. ㅠ_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얼른 깨닫지 못했을 정도.
돌아오는 길에 찍고 싶은 풍경이 곳곳에 펼쳐지는 걸 보고서야 '아, 카메라가 임종하셨구나' 를 비로소 자각하기 시작했다.
산 지 한 달만 넘은 거였어도 그렇게 기막히진 않았을 텐데.
그나마 찍은 사진이 카드 속에 남아있는 걸로 위안을 삼고 그렇게 나의 새 쿨픽스를 슬로베니아에 묻었다. 흑흑.
그래서 카메라는 어찌 되었냐면...수리조차 불가능해 보여 그냥 새로 샀다. -_-;
안녕, 카메라, 안녕, 슬로베니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Switzerland] Montreux (0) | 2021.11.05 |
---|---|
[Switzerland] Grindelwald (0) | 2021.11.05 |
[Switzerland] Titlis 속편 (4) | 2021.11.05 |
[Switzerland] Titlis (8) | 2021.11.05 |
[Switzerland] Ascona (4) | 2021.1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