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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gypt] Hurghada (3) : 언더더 씨

by SingerJ 2021. 11. 6.

아침 일찍 간다고 간거였는데도 그날의 다이빙 투어는 이미 출발한 후였다. 뭐 그럼 내일 하면 되지, 했지만 내일도 모레도 불확실하므로 너무 믿지는 말란다. 아직 비수기라 인원수가 불충분하다고. 실망한 나를 보고 레포츠센터 직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노 프로블롬' 을 되풀이한다. 다른 옵션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흑 안돼...프로블롬! 빅 프로블롬! -_-; 후르가다에 온 목적이 뭔데. 방수카메라도 특별히 준비했건만.. -_ㅠ 1시간 후에 출발하는 요트를 타고 나가면 환상적인 스노클링 지점이 있다고 강력추천 하시는 아저씨. 하루종일 걸리는 다이빙보다 이 투어가 오히려 훨씬 인기 있다는 그의 호롤롤로한 선전에 사메는 벌써 반쯤 넘어간 상태였다.

그래서 결국 대안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 가운데줄 맨 오른쪽 럭셔리 크루즈 코스. 아저씨는 계속 '가밀라 아위' (아주 훌륭한, 아름다운) 할 거라고, 맘에 안 들면 환불도 해준다고 법석이었지만 글쎄다. 바다속에 들어가서 보는거랑 물 위에 떠서 들여다보는 게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어...으흑... 차라리 돌고래나 만져보러 가는게 낫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변심에 변심을 거듭하던 차에 우리를 태울 배가 도착하였다.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며 가다가 물놀이에 적합한 지점에서 내려준다. 수영, 스노클링, 카약 타기 등 바다에 내려서 무엇을 할 건지는 본인의 자유. 다이빙에의 미련을 아직도 떨치지 못해 썩소 짓고 있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행복해하는 사메. 바다와 햇빛만 보면 온몸에 힘이 넘친다는데. 캐산 짝퉁류인감..ㅋ. 물 담은 대야에 넣어 놓기만 하면 종일 안 우는 애기였을 것 같다.

드디어 스노클링 지점에 도착. 처음 해보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어서 물에 들어가기 전 장비 사용법을 특별지도 받았다. 물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을 막기 위해 침을 뱉아서 문지르라 하는데, 과연 몇 사람이 이 안경에 침 뱉았을지 순간 궁금해짐. 호흡용 튜브를 입에 물자 처음 몇분간은 반사적으로 나오는 구역질 때문에 힘들었고, 입으로 숨쉬는 것도 자꾸 헛갈리고. 자칫 잘못하면 호스 안으로 바닷물이 쫘아아아악~~ 들어와 순식간에 호흡불가 공황상태에 빠진다. 으...이래가지고 과연 할 수나 있을랑가. 

 

바닷물은 멀리서 보면 파랗고 눈앞에서 보면 투명한 에메랄드빛. 검푸른 바다는 아니니 그나마 뛰어들기가 덜 겁이 나긴 한다만, 그래도 이 깊은 바다 중간에 내리기엔 역시 몸 사려진다. 어릴때부터 물개교육을 받는 유럽인들은 온갖 기교점프까지 하면서 물 속으로 차례로 뛰어들고 구명조끼를 입고도 사다리에 매달려 달달 떨던 나는 다시 한 번 미련송을 replay 하고 있었다- 내 수영실력으로는 역시 다이빙 쪽이 스노클링보다 훨씬 수월했을텐데 아이고 아이고... 그 말을 옆에 있던 교관에게 했더니, 다이빙이건 스노클링이건 전적으로 바다 나름이고 red sea는 절대로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면서 망설이고 있던 나를 물속으로 확 떠밀었다. 악...! 두고봐 총각!! -,.-

처음 3분 정도는 교관을 따라 헤엄치다가, 얼굴을 천천히 물 속으로 넣고 바다속을 들여다보라는 말에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흐억...물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렇게 단박에, 많은 것들이, 또렷하게 보일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백과사전에서 보던 바다속 풍경은 책 속에나 있는 모습이며, 실제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꽤 깊이 내려가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물 속으로 넣자마자 마치 다른세상이 확 펼쳐지듯 그 풍경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바다속은 춥고 컴컴할 거라는 상상도 착각이었다. 적어도 이 깊이에서는 아직 따듯하고, 잔잔하고, 투명하며, 지상만큼 환했다. 색색의 산호로 이루어진 커다란 산과, 각종 물고기들- 노랭이, 니모, 굉장히 새파랗고 반짝거리는 이름 모를- 열대어들이 가득했다. 신기한 건, 사진으로 뿌옇게 나오는 것과는 달리 물속에 직접 들어가면 완전히 투명해서 마치 거대한 수족관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교관이 하던 말- 홍해는 가장 깨끗한 바다이며, 투명도가 30m에 달한다는- 이 떠올랐다. 인간과 함께 헤엄치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는 듯 물고기들이 유유히 팔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해초라든지 기타 부유물이 둥둥 떠다닐 만도 한데 어째 그런 것도 하나 없이 물속이 유리알 같은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 진짜로 내 앞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어 허우적거려보면 손끝에 닿고 발에 디뎌진다. 아...그래서 한 얘기였군.. 고기를 손으로 잡거나 산호를 함부로 꺾지 말라고 했던 것, 홍해의 환경보호는 특히 엄격하다고 했던 것, 어째서 굳이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했던 건지도...모두모두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비디오 촬영 전문가가 잠수하여 물 속 풍경을 찍어주므로 추후에 구입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캡쳐한 풍경 몇 장.

내 방수카메라로 찍은 사진은...음...역시 이 퀄리티의 차이를 보라. 추가요금 지불하고 우리 비디오도 찍어달라고 할 걸 후회 중. 보호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슈우욱~~ 거꾸로 수직 잠수하여 사진을 찍어주는데...화...인간물개...바다 싸나이다잉... 물 속에서 사진 찍어주는 그 폼이 너무도 예술이라 오히려 그 모습을 사진 찍고 싶었을 정도.


가운데 사진에서 나름대로 V를 그렸으나 나의 폴라로이드에게 그런 것까지 선명하게 잡아내길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

한 시간 정도를 정신 없이 구경하느라 힘든 줄도 모르다가 물 밖으로 나오니 다리가 휘청거렸다. 실제로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서도 한동안은 물 속 풍경이 꿈이었던 듯 아른거려 한 번 더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래서들 다이빙 동호회 가입하나벼... 바다관광 가면 종종 들어있는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너무 흔해서 오히려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한 번도 들지 않았고, 아이들이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을 보면 그야말로 애들 물장난이구나 생각했었는데...모르고 무시해서 미안타. 홍해는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용궁을 구경한 촌닭은 그날밤 언더더 씨의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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