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11월 1일이 첫출근 예정이었지만 금요일이었던 관계로... 원한다면 월요일부터 출근해도 된다는 연락이 와서 매우 기뻤다. 휴가도 더 생겼으니 호젓하게 여행을 가볼까 여기저기 물색하고 있는데 이번엔 갑자기 사메의 결혼비자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늘 그렇듯 세월아 네월아 걸릴 줄 알고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신속한 반응이라니...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다. 그래서 사메는 사메대로 갑자기 입국준비 하느라 바쁘고 난 나대로 관청에 연락해서 약속 잡느라 급했다. 여기서는 결혼하기 전에 두 사람이 관청에 들러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하고 뭐 그런 결혼'준비'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쳐야 한다. 그래서 좀 갑작스러웠지만 지난주에 준비절차를 마쳤고 앞으로 3개월 내에 법적 결혼을 완료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졌다. 12월 말쯤이 가장 편리한 타이밍일 것 같아서 그때 결혼하는 게 어떨까 대강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가을도 어느덧 다 지나고 본격 spa 시즌. 먹고, 자고, 목욕하고, 호숫가 산책만을 게으르게 반복하고 나니 드디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힘이 좀 충전된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 미용실을 못 간 내 머리도 심각하지만 사메는 더하다. 자연산 뽀글머리에 선글라스..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같으다.
초췌한 모습으로 갑작스레 만나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떠났던 휴가. 안개 가득한 호숫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을 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지난 날, 그 후의 길고 긴 과정, 아직도 더 남은 또 긴 과정, 새로운 출발 등- 많은 회상, 그리고 미래. 걷다가, 멈추었다가, 계속 이 길을 가야 할까 망설이다가, 다시 걷다가...삶은 오늘도 그렇게 계속되나 보다. 사메는 조금 전 돌아갔고, 이제 딱 이틀 남은 나의 귀중한 휴가는 소파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새로 산 책들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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