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을 하이에나처럼 누비더니 드디어 마음에 드는 물건을 포획한 모양이었다. 남자들이 입는 전통 옷 (갈라비야)인데, 모로코산이 특히 스타일이 좋다나 (모자 달리고 정교하다는데...내 눈엔 그게 그거). 호텔로 돌아와 당장 저녁식사때 착용함. 그리고 모로칸 정통패션의 완성을 위해 일곱난장이 스타일 가죽신도 추가로 구매했다.
사람들은 사실 마라케쉬에 사막을 보러 온다. 붉고 고운 모래가 펼쳐진 사하라에서 야영을 하기 위해.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기도 하고 (낮엔 덥지만 밤과 아침엔 상당히 춥다), 사막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데다 (10시간) 천막에서 샤워도 못하고 자기엔 너무 문명에 찌든 우리는 마라케쉬 도시 구경만으로 일주일을 계획했다. 그러나 무리한 계획이었다. 볼 게 부실한 마라케쉬...사흘째가 되자 벌써 할 일이 고갈된 것.
그래서 이 날은 좀 멀리 나갔다. 아틀라스 산 중턱에 자리한 베르베르 (berber) 마을 방문. 위험해 보이는 벼랑길을 몇 번 달려본 적이 있지만 아마 이번이 최고 무서웠지 싶다. 손에 땀 난다는 말을 확실히 실감. 중간중간 사진 찍으라고 차에서 내려주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가드레일 없는 좁디 좁은 경사지 벼랑길에 얼음까지 있어서 사진 찍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에는...꺄...그리고 뭘 찍으라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철분이 많아서 붉은 저 절벽을 좀 보라고, 산중에 자리한 저 마을은 또 어떻고! 가이드 아저씨 막 감탄하시는데...음...뭥미 하기가 미안해서 별로 찍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장 찍음.
그러고 나서 도착한 아르간 오일 마을. 이 곳에 사는 berber족에게 정부가 특별허가를 주었다고 한다. 시중에서 파는 오일보다 한차원 높은 품질과 순도를 자랑한다는데. 아르간 열매를 까서 기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이것 저것 시험하게 해준다. 바르는 오일, 먹는 오일 등. 그 다음엔 물론 쇼핑권장 시간이 있다. 마침 입술이 바짝 말라있던 차에 립밤이 맘에 들어서 한 통 사고 헤어 컨디셔너, 로션, 페이스 오일 등...둘이서 꽤 이것저것 샀다. 거기서 발라볼 때는 되게 좋았는데 호텔에 가져오니 마법 풀린 호박마차 같은 건 왤까. 내가 원래 저런 데 가서 막 사고 그러는 호갱님이 아닌데 말이지...확실히 나이 들고 변했어.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나자 마지막날엔 결국 낙타 타기 프로그램만 남았다. 눈 쌓인 아틀라스 산을 보며 두 시간 동안 가는 코스. 내 낙타는 얌전한 놈이었으나 뒤에 따라오는 사메의 낙타가...쩝. 혼자서만 두 번이나 폭포수같은 쉬를 하시더니...걷는 내내 코가 가려운지 내 청바지에 힝힝거리며 문대고 코 풀기. -.-;;
아, 그래도 마라케쉬에서 마음에 든 한가지가 있긴 했다. 스파의 시설과 서비스가 아주 훌륭했다. 하루를 마감하며 받는 마사지가 정말이지 기분 좋고 시원해서 이 스파 저 스파 몇 번이나 방문했다. 퇴근하고 매일 이런 마사지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이. 휴가 후 출근 첫날. 초죽음의 월요일을 보내고 나니 더더욱 그 마사지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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