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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Abu Dhabi #1] 진짜 오랜만이다

by SingerJ 2021. 11. 7.

5월은 마지막 기회의 달이다. 스위스의 연휴는 4-5월에 몰려있기 때문에, 5월이 지나면 이제 연휴란건 크리스마스때에나 돌아온다. 이번엔 특히나 긴 황금연휴가 될 수 있는 찬스였다. 마침 사메도 이집트 가고 없겠다, 중간에 낀 이틀만 휴가처리하면 그야말로 완전한 자유시간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중간보스 헬렌이 하필 그 샌드위치 날에 잽싸게 미팅을 잡아버리지만 않았어도!

몸통 한가운데를 그렇게 잘려버린 연휴는.. 앞뒤로 짤막 짤막 애석한 토막연휴가 되고 말았다. 연휴절반은 여행에 쓰고 나머지 날에는 원없이 집콕하려던 나의 꿈도 당연 백지화. 여행이냐 집콕이냐 - 택일해야만 하는 기로에서 한참을 갈등해야 했다.

그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아부다비임을 알게 되자 사메는 폭소를 터뜨렸다. 왜냐면.. 난 이번에 이집트에 같이 안 가겠다고 한 이유가.. '더워서' 였기 때문에. =_= 오늘 카이로 35도, 아부다비 44도. 그래 웃어라 웃어. -_-;

아부다비의 상징이라는 에티하드 타워에 위치한 주메이라 호텔 (Jumeirah at Etihad Towers)을 택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 'fast & furious' 에 나온 그 호텔이라고 한다. 영화를 봤었는데도 전혀 못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들이 수퍼카 타고 뚫고 지나가던 그 빌딩인갑네.

70층 위로는 전망대/bar로 사용되고 있고, 객실 중에서 제일 높은 층은 66층인가라고 함. 내 방은 42층. 별로 안 높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가 얼마나 멍멍하던지. 안 높다고 한거 취소.

로비에 자이드 국왕의 초상화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거리에서 벌써 여러번이나 본 터라 낯이 익다. 그의 재임시절 나라가 불같이 번영했기 때문에 작고한 지금까지도 많이 존경 받는다고. 우리가 아는 만수르는 그의 13번째 왕자라고 한다.

옆 사람 신경 쓸 일 없이 침대 가운데에 대자로 떡 누우니 실감이 난다. 혼자 하는 여행 정말로 오랜만인거.. 집에서 쉬는 것도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득하지만 집에 남은 나는 아마도 이 기회에 대청소하고, 이 기회에 커튼 빨래도 하고, 이 기회에 냉장고 정리, 밀린 아랍어 숙제 등등등등을 하다가 쉴 수 있는 이 황금같은 기회를 정작 다 놓쳐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건물 모양을 본떠 만든 욕실용품.

무심코 커튼을 열었다가 한꺼번에 확 펼쳐진 야경에 헛.. 잠시 전율.

특별히 전망 좋은 방으로 줬다고 리셉션 직원이 거듭 말하긴 하더라만, 높은 호텔인데 전망은 뭐 어디서나 비슷하려니 싶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올라온 터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직원 말이 맞았다. 만일 방이 조금만 더 왼쪽이거나 오른쪽이었더라면 주위 빌딩들 때문에 이렇게 탁 트인 전망은 힘들었을 것 같다.

호텔 밖은 너무 덥다. 여행때마다 알아서 다 하는 남편이 없으니 나 혼자 물어보며 구경 다닐 것도 새삼 귀찮고 고작 3박 여행에 비행기 여섯 시간 또 타고 돌아갈 일도 구찮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 마시며 야경 감상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한마디도 말 안 하고 책 읽는 저녁시간도 오랜만이고, 축구중계 소리 없이 조용하기만 한 방도, 이미지 관리 따위 필요 없이 간지러운 콧구멍 후비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이런 시간 진짜 오랜만이다...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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