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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Abu Dhabi #2] 그랜드 모스크

by SingerJ 2021. 11. 7.

멍 때리는 사이에 빅버스 (BigBus)가 왔다. 목적지는 그랜드 모스크. 아부다비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 곳이다.

듣던대로 규모가 굉장하다. 축구장 5개 합친 면적에, 4만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고. 이웃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보다 더 크게 지을 수도 있었지만 이슬람 종주국의 체면을 깎을까 싶어 자제한 거라고 한다.

물론 복장규제가 있다. 입구에서 전통의상 아바야 (abaya)를 대여해 입고 들어갈 수 있지만 빌리고 갈아입는 줄이 워낙 길다길래 호텔에서부터 미리 입고 갔다.

이 옷의 펑퍼짐함 + 완벽차단이 만들어내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거추장스러우면서도 그 보드라움이라든가 신축성, 설사 쩍벌을 할 지라도 티 안 나는 눈속임, 단순히 몸을 가리는 것을 넘어 '나를 귀찮게 말라' 는 무언의 차단막 같은- 마치 호텔방문 앞에 'Do not disturb' 를 걸어놓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때때로 느끼게 한다.

화장 강렬한 중동여인들이 언제나 인상적이었다. 선명한 입술색에 힘찬 갈매기 눈썹, 안 그래도 진한데 더욱 짙게 그리는 아이라인도. 이 기회에 나도 함 해봐야지 하지만...

대략 이런 분위기를 상상했던 듯 하지만...

-3-???

대놓고 코믹버전으로.. 흑.. ㅠ_ㅠ

내부 또한 호화스럽기 그지 없다. 기둥, 바닥, 벽, 급수대 하나하나 구석구석이 온통 수공예 작품들이다.

신은 어느 곳에나 차별 없이 강림하신다지. 좁고, 어둡고, 초라한 곳일지라도. 그러나 인간은.. 어느 누구도 초라한 신전을 짓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들처럼 부자나라에서라면 더더욱. 어딜 가나 황금과 대리석과 크리스탈의 향연인 이 호화사원은 드나드는 수많은 이들에도 불구하고 티끌 하나 없는 반들거림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샹들리에는 swarovski 크리스탈로 만든- 무게 9톤이 넘고 가격이 몇십억이라던.

저 평범해 보이는 양탄자 또한 알고 보면 범상치 않다. 카펫의 모서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즉, 여러 장을 이어서 깐 게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크고 넓은 양탄자 한장이 저 넓은 바닥을 덮고 있다. 2000명의 수공업자들이 몇년에 걸쳐 만들었다고...무게만 49톤이라던가.

조금이라도 장난스런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모스크 앞마당에 함부로 들어가서도 안된다. 미국가수 리아나가 규칙위반 사진을 찍다 쫓겨난 전례가 있는 사원이기도 하다.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긴 하나 그림의 떡.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제대로 한장 찍기가 통 쉽지 않다.

밤 10시경 문 닫기 직전에 들르면 한결 한적한 사원을 볼 수 있다.

모스크를 보고 나오는 밤시간, 갑자기 강풍이 사정 없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에 미친 듯 펄럭이는 검은 아바야는 마치 한마리 박쥐같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불빛사이를 망또 펄럭이며 걸어가는 마법사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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