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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Iceland #1] 여름의 북쪽

by SingerJ 2021. 11. 7.

정말 오긴 왔구나, 휴가가. 워낙 폭풍같은 6-7월을 보낸 탓인지 이번 휴가는 기다리기가 유난히 까마득했다. 얼마나 길게 느껴졌던지, 아마 휴가보다는 지구 종말의 날 쪽이 먼저 온대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그 오지 않을 것만 같던 휴가의 첫날. 새벽부터 네 시간을 날아 아이슬란드에 내렸다. 공항주변이 대개 그렇긴 하지만 여긴 유독 더 황량해 보인다. 음...이러면 자꾸 생각나는데.. 어디선가 본 한줄짜리 시니컬 여행소감이. '아이슬란드 솔직히 다 사진발입니다.' 라고 했지 아마.

내가 오자고 강력 주장해서 온건데 진짜 다 사진발이면 어쩐다...? 은근 책임감을 느끼며 사메를 보니 벌써부터 제법 즐기는 눈치다. 의외네.. 웬 아이슬란드냐고, 왜 이름부터 추운 나라로 휴가를 가냐고 절규하지 않았었나.

이건 필시 스포츠의 위력이다. 이 휴가를 예약할 때만 해도 남편에게 있어 아이슬란드는 그저 듣보잡 아웃 오브 안중에 불과했는데, 얼마전 끝난 유로 2016을 계기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아이슬란드 축구팀이 강호 잉글랜드를 격파하던 순간, 부르기만 해도 입에서 얼음가루 날릴 것 같다던 그 이름 아이슬란드는 그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리에는 축구팀 사진에, 엄청나게 고가에 팔리고 있는 티샤쓰에... 거 참.. 스포츠는 위대하구나. -ㅅ-

공항문을 나섰을때 마치 냉장고 문을 연 것처럼 훅 밀려오던 시원한 공기의 느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 동시에 햇빛이 쨍쨍한 여름이기도 하다.

흔한 여름패션. ^^ 양들이 많아서 질 좋은 양모제품도 많다고 한다.

물론 시내 여름패션이 진짜로 이렇지는 않지만, 빙하지역으로 가면 겨울옷이 사시사철 필요한 나라인지라 이 한여름에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흔한 여름패션 2

'I don't speak Icelandic' 이라는 뜻이라고 함. '발음하기 매우 쉬워요' 라는 설명서가 친절하게 붙어있다. ㅎㅎ

사진발일지 아닐지는 이제부터 둘러보면 알게 되겠지만 일단은 이 곳의 묘한 여름이 마음에 들었다.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이라는 어느 동화 제목 비슷하게, 이 곳의 여름은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로부터 북쪽으로 살짝 한걸음 떨어져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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