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이 조용하다는 건 우리 리조트와 그 주변 마을에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불과 15분 차를 달렸을 뿐인데 중심가는 완전히 딴세상이었다. 자동차, 오토바이, 호객꾼...거기에 개와 닭들까지 합세한. 이렇게 정신 없는 거리는 처음 본다고 사메가 혀를 내둘렀다. 정신 없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집트 카이로 출신이 이렇게 말하는건 나도 처음 본다. ㅋ
발리 전통과 예술의 중심지라는 우붓은 빠리로 치자면 몽마르뜨, 한국의 삼청동 또는 인사동 쯤에 비유된다고 한다.
간판이 맘에 들어서 이왕이면 이 집에서 먹으려고 했으나 찾으면 꼭 안 보이던 아이스크림 가게.
관광지에서 흔히 파는 조악한 물건들 대신, 석상, 가구 등 스케일이 큰 것도 많고 무엇보다 품질이 훌륭해 보였다. 문제는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도 좀 찍고 할 분위기가 좀처럼 아니었다는 점. 보행자 도로는 좁아 터졌고, 그나마도 '틈 사이로 막 가' 식의 스쿠터들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어느 영화에 이 재래시장이 등장했다고 하던데.
산만한 와중에 웃게 만든 어느 약국의 '태양관리'. ㅎㅎ
우리나라 예전 재래시장을 보는 듯해 재미는 있으나, 더럽고 습한 구석에 위치한 음식가게들은 위생이 걱정스러웠고, 진열된 지 몇 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상품들도 있어서 과연 유통기한이란 개념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치열하고도 고단해 보이는 이 삶의 현장에서 외지인이 유통기한 따위나 지껄이기엔 이 얼마나 한가롭기 짝이 없는지.
괜한 오지랖이나 값싼 연민 같은건 여행자의 본분이 아닐 터이다. 기본으로 절반은 깎고 들어가야 된다는 이 시장에서 나는 나무주걱 몇 개를, 남편은 티셔츠 두어벌을 에누리 없이 샀다. 관광객이면 그저 얌전히 구경하고 퇴장해주되, 그에 대한 댓가를 되도록 후하게 치르고 돌아가는 것- 그것만큼 여행자의 본분다운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비록 이게 바로 다름아닌 그 값싼 연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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