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열일하던 식기세척기(!)는 이것이었다. 참 맑기도 하지.. 머무는 동안 지겹도록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던 말.
구름 낀 날에는 물색도 어둡게 보이게 마련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이 바다는 늘상 이런 색인가보다. 회색하늘에도 아랑곳 없는 푸르른 투명함.
매일 낚시하던 어느 부자의 수채화 같은 모습이 좋았다.
바하마는 7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서 사람이 사는 섬은 서른개 정도라고 한다. 이런 나라에 갈 때는 매번 같은 고민에 빠진다. 그 많은 섬 중 어딜 골라야 하느냐는 것. 추리고 추린 최종후보는 둘이었다: Exuma (익수마)와 롱 아일랜드 (Long Island). 익수마에는 유명한 돼지들이 있단다.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돼지라고 별명 붙은 유유히 헤엄치는 돼지들.
한편 롱 아일랜드는 바다로 승부하는 모양이었다. 바하마의 비치 중에서도 제일로 꼽힌다고. 바닷물이야 거기서 거기일테니 이왕이면 돼지구경도 하자는 나와 달리 사메는 롱아일랜드를 갈망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제발...돼지야 바다야.. 돼지가 우리 인생에서 진짜 그렇게 중요할까?" ㅋ >_<;; 그리하여 오게 된 롱아일랜드는 과연 눈부시긴 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보냈다. 하릴없이 둥둥 떠서 멍때리기나 수다 떨기, 스노클링, 카약, 다이빙, 낚시.
그러다 지치면 모기장으로 둘러싸인 야외거실에서 커피를 한 잔 하거나
해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딱따구리나 고양이도 가끔 눈에 띄고
이제는 물이 무섭지 않을때도 되었건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구명조끼 갖고 휴가 다니는 어른은 나 밖에 없을거라고 남편이 놀리거나 말거나.
이 모습을 보고 낮잠을 자고 나왔는데
해질녘까지 저러고 있더라는. 물고기로 태어났어야 했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nland #1] 흔한 춘삼월의 풍경 (2) | 2021.11.08 |
---|---|
[Bahamas #3] 안녕, 캐리비언의 해적 (0) | 2021.11.08 |
[Bahamas #1] 카리브해가 아니라고요? (0) | 2021.11.08 |
[Bali #5] 선택 받은 자 (2) | 2021.11.08 |
[Bali #4] 마음에 담는다는 것 (0) | 2021.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