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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Finland #1] 흔한 춘삼월의 풍경

by SingerJ 2021. 11. 8.

스위스에는 막 봄이 오려 하는 이 때, 계절을 거슬러 겨울 속으로 들어왔다. 북쪽나라 핀란드, 그 중에서도 최북단 라플란드(Lapland) 지방에 있는 도시 사리셀카(saariselkä).

이 지역은 북극권에 속한다더니 과연. 때는 춘삼월이건만 아직 겨울왕국이 한창이었다. 당장이라도 엘사가 레리꼬를 부르며 튀어나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

생각해보면,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넘쳤다. 짚으로 만든 첫째네는 열대의 파라다이스 같은 낭만이 있고, 최종승자 막내의 벽돌집은 듬직하고. 가장 내 타입인 둘째네 통나무집은 아마 이 숙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온 집안에 은은하게 스며나오는 나무향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숨을 들이쉬었다.

한편, 이집트인에게 북극권의 겨울은 실로 잔인할거라던 사메는 그새 핀란드 사우나와 타닥타닥 벽난로 타는 겨울밤의 멋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나와서는 차마 핀란드인들처럼 눈 속으로 뛰어들지는 못하고 대신 '흡! 허업!' 괴성을 지르며 찬물샤워를 하곤 했다.

겨울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기만 해보았지 이렇게 겨울 깊숙이 내 발로 들어와보긴 처음이다.

눈이 수북하다는 말로는 모자라게 마치 생크림 퇴적단층 같은 모양새로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이 곳의 공기는 차갑고도 바람 없이 고요해서, 내린 눈은 녹지도 날리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쌓이고 또 쌓여간다. 그리고 늘 보송하다.

라플란드 패션의 컨셉은 'Forget about fashion' 이란다. ㅋ 실크내복, 울스웨터, 얇은바지 위에 다운바지, 다운자켓, 군고구마 장수 모자도 필수. 원래는 닌자마스크와 두 겹 장갑도 필요한데 이 날은 비교적 포근해서 생략하였다.

양말 위에 울양말 덧신는 걸 한 번 생략했다가 아침 먹으러 식당까지 가는 그 짧은 동안 얼마나 후회했던지.

예상외로 잘 적응중인 아프리카인.

눈의 여왕, 별의 눈동자, 자작나무의 별...어릴 적 읽은 북유럽 동화 속 서늘하고 몽환적이던 그 세계가 바로 이 곳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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