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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romsø #1] 다시 만나 반가워요 Green Lady

by SingerJ 2021. 11. 8.

작년 딱 이맘때다. 핀란드에서 보냈던 며칠이. 이번엔 좀 더 북쪽인 노르웨이 트롬쇠로 꼭 1년만에 다시 북극권을 찾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도 아니고 굳이 이 서늘한 동네에 또 오긴 했다만, 사실 우리부부는 추위에 강하긴 커녕 최약체 조합에 가깝다. 대학원때 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입술 시퍼래갖고 발발 떨며 다니던 한 명+ 사막나라에서 나고 자라 날씨라면 그저 hot, hotter, hottest나 알던 또 한 명. 이런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추위에 익숙해지고 무려 북극권에서 두 번이나 살아 돌아오다니 ㅎ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실 트롬쇠는 그렇게까진 춥지 않다. 우리가 머무른 동안 최저 -15°C 정도? 낮에도 -30°C를 찍던 핀란드 라플란드에 비하면 이 정도야 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덜 춥다는 것- 바로 이 점이 트롬쇠의 강점이라고들 한다.

도착하자마자 오로라 투어에 나섰다. 오늘밤 날씨가 그나마 제일 낫다는 예보가 있었건만 영 가망이 없어보였다. 눈보라에 구름에. 그러나 트롬쇠 투어의 집념은 놀라웠다. 끝끝내 맑은 하늘 한뼘이라도 찾아내 오로라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지성이면 감천인지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이드 조나단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green lady' 도.

자, 여러분 지금부터 오로라쇼가 시작됩니다. 태초에 그것은 나의 팔로부터 시작되어 ㅋㅋ

머리 위로 퍼지고

힘차게 솟아올라

하늘 전체에 펼쳐집니다.

찬조출연 별똥별

바보같이 삼각대를 호텔에 놓고 오는 바람에 내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투어측에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좀 전까지 먹구름 가득하던 하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투어팀의 프로정신이 발굴해낸 오로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씨는 나쁘지, 잠은 오지, 뭣보다 작년에 핀란드에서 볼 만큼 봤다고 '고마 집에 갑시다' 라고 여유부리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 누군가에겐 오늘이 트롬쇠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그렇게 새벽투어를 마치고 살아남은 두 사람.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다가 비로소 시내구경에 나섰다.

이 도시는 오로라의, 오로라에 의한, 오로라를 위한 곳 같다.

그냥 까만 머그컵이다가 뜨거운 음료를 부으면 서서히 오로라가 나타난다.

사메도 하나 샀다. ㅎㅎ

이 사람의 이름은...

아문센. 오...당신이 바로! 우리집에 있던 재미없는 책, 학급문고로 가져갔더니 담임쌤이 너무나 재미나게 읽으시던 그 책의 주인공.

강행군으로 지쳤던 이 날 밤에는 킹크랩 애피타이저로 시작하는 거한 저녁식사로 원기보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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