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지였던 세이셸(Seychelles)은 아프리카의 섬나라로, 근처에 있는 몰디브, 모리셔스와는 숙명적 경쟁관계에 있는 인도양의 휴양지 삼총사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세이셸의 볼거리는 크게 세 섬에 분포한다: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본섬 마헤 (Mahe), 중간섬 프랄린 (Praslin), 작은 섬 라디그 (La Digue). 주요 관광스팟은 프랄린과 라디그에 집중되어 있는데, 라디그는 너무 작은 섬이라 시설 양호한 리조트가 한군데 뿐이다.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헤나 프랄린에 숙소를 잡고 라디그를 day trip으로 방문하는 듯 했다.
우리는 라디그에 묵고 싶어하던 차에 거의 유일하다는 그 리조트를 예약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게 과연 운이 좋은거였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서도. ㅎ
열흘 중 처음 나흘은 비가 왔다. 첫날은 뭐...어차피 고단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암시렁도 않았다.
둘째날에도 비가 오락가락. 날이 갤 때마다 자전거로 동네탐험을 하거나 (라디그엔 자동차가 거의 없고 자전거가 주 교통수단)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책을 읽으며 소일을 했다.
셋째날에도 비가 왔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받는 마사지도 운치가 있네' 따위의 얘길 하며 역시 아직 여유가 있었다.
아니 근데 다음날에도 또 비가 오네...? 원래 크리스마스 즈음엔 날씨가 항상 좋은데 이번엔 이상하다고 직원들이 그러는거다. 왜죠 왜 하필 우리가 오니까 이상한거죠... -ㅅ-;; 햇빛 쨍 하길래 나갔다가 비 맞은 생쥐 꼴로 돌아오길 수 차례. 피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쫄딱 맞고 카메라가 잠시 고장나기도 했다. 다행히 한 반나절 정도 기절해 있더니 깨어났지만 말이다. 한 번 젖었던 기계는 당장은 괜찮아보여도 서서히 죽어간다는디 우짜스까.
이 곳은 프랄린섬에 있는 '발레 드 메' 국립공원.
세이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코 드 메르 (sea coconut)가 이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권 스탬프도 코코 드 메르를 찍어주는가 하면, 온갖 곳에 장식품으로 쓰이고 있다. 여성의 엉덩이를 닮았다 하여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 라 불린다고.
발레 드 메 공원은 열대숲이 울창해 쏟아지는 햇빛도 비도 거뜬히 막을 정도였다. 비가 내리면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굉장하다더니 실제로 마치 드럼연주같은 역동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세이셸에만 있는건 아니지만 세이셸의 또 하나의 상징인 자이언트 거북 (Aldabra giant tortoise).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야생 거북이를 종종 맞닥뜨린다.
영험해 보이십니다 어르신. 춘추가 어찌 되시는지.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우르릉쾅쾅 천둥번개에 폭우에 온동네 개들은 왜 또 짖어대고 닭들도 집단 꼬꼬댁에...그야말로 절정이었다.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먹고 노곤했던 우리는 초저녁부터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뭔가 빠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벌레소리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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